"부동산 거품 못 걷어내면 미래 없다"…서울대 석학의 '경고'

입력 2026-02-02 10:40
수정 2026-02-02 11:05
한국이 선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해결하고 주거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경제학 석학의 경고가 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가 장기적으로 정체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국가 안보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부동산 거품 걷어내야"2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선진국 함정 극복 기로'라는 제목의 특별 강연을 오는 5일 경제학공동학술대회에서 진행한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의 경제 위기에 천착한 석학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국제경제학 교과서인《국제금융론》은 경제학도는 물론 고시생의 필독서로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김 명예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한국을 선진국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을 대내와 대외 요인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대내 요인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첫 번째 경제적 과제는 부동산 거품 해소와 주거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을 '거품'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거품 해소로 주거 안정을 찾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개혁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 명예교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에너지, 바이오 3개 축을 중심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와 연계해 국토 균형발전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노사 관계'도 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개헌을 통한 새로운 국가 지배구조 확립도 주문했다. "삼권 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2개국(G2) 간 격화된 패권 전쟁을 고려한 국가 안보 전략을 짤 것을 주문했다. 김 명예교수는 "미국과의 동맹은 안보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미국이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이원화 과정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김 명예교수는 "서방 세계의 반도체와 AI 첨단 소프트웨어와 우리의 제조 공정을 접합해 새로운 산업과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 생산 거점 이원화 과정에서 관련 국내 산업 공동화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사는 서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국의 선진국 추격 비결은오는 5일 한국경제학회장 임기를 마치는 이근 중앙대 석학교수는 '고별 강연' 형식을 빌려 '신(新) 슘페터 경제학과 후발자의 추격·추월'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선진국 추격 비결에 대해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대 경제학에서의 핵심 연구 주제는 '경제성장의 실패'와 '산업혁명 이후의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이 그 이전처럼 실패하지 않고 지속됐는가' 등 두 가지"라고 요약했다. 첫 번째 주제는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 등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을 통해 연구한 내용이고, 두 번째 주제는 지난해 수상자인 조엘 모키어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등이 해답을 제시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성장의 실패와 지속 문제를 통해 얻은 해답은 '기술혁신' 즉 창조적 파괴가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로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선진국에서의 불평등 문제와, 후진국의 성장 정체 문제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선진국은 국내의 불평등, 후진국은 국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는 후발 주자의 추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집중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 대만은 추격에 성공한 나라"라며 "이들의 비결은 기술 수명이 짧은 IT 분야에 특화함으로써 이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기술 주기가 짧으면 진입 장벽이 낮고 성장성이 높아 '창조적 파괴'가 이뤄질 수 있어 '틈새'에 진입이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반면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기술 수명이 긴 분야인 바이오에 먼저 특화한 점을 정체 이유로 꼽았다. 이 교수는 "한국은 기술 수명이 짧은 분야에서의 특화를 넘어서 바이오 등 기술 수명이 긴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며 "성장 초기에는 기술 수명이 짧은 분야, 후기에는 수명이 긴 분야로 전환하는 우회적 발전 전략의 성공적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