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폭탄도 국내 타이어 업체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한국·금호·넥센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을 경신한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 3사는 해외 생산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려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타이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타이어 부문),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올해 합산 매출은 19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추정치 18조200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국내 타이어 업체가 성장할 수 있던 주된 이유는 교체용 타이어(RE) 수요가 늘어나서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자동차 부품 관세로 타이어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내 교체용 타이어 비중이 높은 한국 업체는 오히려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완성차에 납품하는 신차용 타이어(OE)는 계약 특성상 가격 인상 효과가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지만 교체용 타이어는 시장 가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높다. 콘티넨털타이어는 미국 내 OE 비중이 50%에 육박한 반면 국내 3사는 OE 비중이 25% 정도다.
고부가 가치 제품인 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돌아온 것도 호재다. 전기차는 일반 차량보다 더 무거워 타이어 교체 주기도 1년 정도 짧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금호타이어는 ‘이노뷔(EnnoV)’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전기차 겸용 타이어 인증 마크인 ‘EV루트’를 운영 중이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올해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고부가 가치 타이어 판매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타이어 3사의 영업이익은 2조6350억원으로 지난해 추정치(2조4340억원)보다 8.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는 올 1분기 중 미국 테네시 공장 생산 규모를 연 550만개에서 1100만개까지 확대하는 증설을 완료해 북미 프리미엄 타이어 공급 능력을 끌어올렸다. 헝가리 공장에는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생산라인을 추가해 유럽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현지 조달 요구에 대응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4시간 주행하는 로보택시가 상용화하면서 한국타이어의 전기차용 타이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일부 트림에 장착됐다. 테슬라 로보택시와 세미 트럭에도 한국타이어가 채택될 지도 주목된다.
금호타이어는 동남아시아를 글로벌 수출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베트남 공장 증설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비용과 안정적인 인력 수급을 바탕으로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금호타이어는 폴란드 신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600만 개 규모로 2028년 첫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었다.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처를 다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공장 화재로 빚어졌던 생산 차질이 해외 공장 증산으로 회복되면서 기저효과도 기대된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체코 공장 가동률을 60%에서 100%로 끌어올린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넥센타이어는 이를 통해 유럽 시장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독일·프랑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OE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소비자 취향에 맞춘 고성능·사계절 타이어 개발과 현지 생산을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공장 증·건설 초기에는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 투입이 부담되지만, 가동률이 올라간 이후부터는 관세와 물류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