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서울시내버스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가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서울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될 경우 총파업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생기면서 지난달과 같은 전면 운행 중단 사태는 구조적으로 차단된다.
시내버스 노조 "사법질서 무시한 행정" 강력 반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2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시도는 헌법과 사법질서를 무시한 행정”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겉으로는 통상임금 판결 이행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노조가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가져올 파업권의 실질적 변화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 자체가 전면 금지되지는 않는다. 대신 노동조합법에 따라 필수유지업무가 의무화된다. 파업을 하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의 인력과 서비스는 반드시 유지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불법 파업으로 간주된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시내버스의 ‘총파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필수유지업무 비율은 노사 합의로 정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결정한다. 법에 명시된 고정 수치는 없지만 지하철 등 유사 사례를 보면 통상 절반 이상 운행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시내버스 역시 지정될 경우 50% 가량 운행이 강제될 가능성도 나온다.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될 경우 지난달 13일부터 이어졌던 전면 파업과 같은 상황은 사라진다.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면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어, 노조로서는 상징적 수준의 제한적 파업 외에는 선택지가 크게 줄어서다. 이때문에 노조가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파업권 제한’이 아니라 ‘교섭력 박탈’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서울 지하철은 이미 필수공익사업 지정지난달 총파업 당시에는 시내버스 노조가 첫차부터 막차까지 전면 파업에 나서자 서울 전역의 출퇴근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서울시는 준공영제로 인한 재정 부담 확대를 감수하면서도 임금 2.9% 인상과 정년 연장에 합의하며 사태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내버스 누적적자액은 1조 1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하는 지하철은 이미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노조는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하철은 공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완전 공공 인프라인 반면, 시내버스는 민간이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 구조다.
노조는 “운영과 이윤은 민간에 맡기고, 적자는 세금으로 보전하면서, 파업권만 공공성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책임 없는 통제”라고 반발한다. 진정 시내버스가 중단돼서는 안 될 필수 인프라라면, 권리 제한에 앞서 공영화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교통 불편을 줄이기 위한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방식을 둘러싼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 판결 이행과 재정 책임, 교섭 구조 개선 없이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먼저 꺼내는 것은 파업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결과만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