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 data-end="381" data-start="336"></h3>‘달걀 한판’에 적당한 소비자가격은 얼마일까. 계란 품질이나 소비자 지갑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적어도 '익숙한' 가격대는 분명히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특란 30구의 소매가는 매년 5000~6000원대에 형성됐다. 대체로 이 정도 가격에 소비자들이 적응해왔다는 의미다. 물론 판매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일단 공식 통계로 잡히는 가격은 이렇다.
반대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쯤 되면 달걀 값이 좀 비싼 것 아닌가”는 반응이 나오는 기준선이 7000원이다. 최근 달걀값이 바로 이 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특란 30구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708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6386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1% 올랐다.
4년만에 7000원대 재진입..."AI 살처분에 불안심리까지"<h3 data-end="809" data-start="769">
새해 첫 달부터 달걀 한판 가격이 7000원을 웃돈 것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고 가격이 갑자기 뛴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7026원을 기록하며 7000원대에 진입한 뒤 8월까지 이 수준을 유지했다. 달걀 한판 가격이 7000원을 넘은 것은 2021년 7월(7477원) 이후 약 4년 만이다. 연말 들어 60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오며 한풀 꺾이는 듯했던 달걀값은 새해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계란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분석이 나와 있다. 우선 올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란계 살처분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공급이 줄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방역 과정에서 살처분된 산란계 수는 400만 마리를 넘어섰다.</h3>실제 수급 자체는 이 정도로 부족하지 않은데, 불안 심리에 따른 가수요가 붙으면서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시장에 퍼진 불안 심리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현금성 지원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해 달걀 한판 가격이 1만원을 넘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금 쿠폰 등이 과도하게 풀리면 고물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달걀값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 물가 당국은 ‘계란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아이오와주 농장에서 달걀 224만 개를 수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차 물량인 112만 개는 지난달 23일 국내에 도착해 시중에 풀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물량도 이미 국내에 반입된 상태다.3년 전에도 지금처럼 수입카드...당시엔 가격 내려가 문제는 이 물량이 과연 가격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다. 숫자만 보면 적지 않아 보이지만, 국내 생산·소비 규모와 비교하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농식품부는 2022년 2월 기준 국내 일일 계란 소비량을 4300만~4500만 개로 추정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수입 물량은 하루 소비량의 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관측보에서 국내 일평균 계란 생산량을 5004만 개로 추산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비중은 더 줄어든다.
그렇다고 수입이 ‘하나 마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대형마트를 통해 비교적 싼값에 달걀을 공급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할인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단기적인 ‘대증요법’은 된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정부가 수입산 계란을 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겨울철 고병원성 AI 발생→산란계 살처분→달걀값 상승→설 명절 임박→계란 수입’이라는 흐름은 여러 차례 반복됐던 일이다.
3년 전인 2023년 1월에도 정부는 AI 확산으로 달걀값이 오르자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 개를 수입했다. 이번 물량의 절반가량이다. 당시 달걀 한판 가격은 2022년 12월 6698원까지 오른 뒤 2023년 1월 6651원으로 소폭 하락했고, 2월 6348원, 3월 6205원으로 점차 내려왔다.
정부 비축 물량 방출과 AI 확산세 진정이 맞물린 결과긴 하지만, 수입 계란이 가격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