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대박'에도…기업發 달러 공급 되레 줄었다

입력 2026-02-01 17:54
수정 2026-02-02 00:50
지난해 수출액이 7000억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출기업이 국내로 들여온 외화 무역대금은 5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가 굳어진 데다 해외에 재투자할 필요가 커지자 달러 환전을 유보하는 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환당국은 올 들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매도세가 지속될지를 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기업이 은행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무역대금은 5273억900만달러(잠정치)로 전년(5843억900만달러) 대비 9.8%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4547억1800만달러) 후 가장 작은 규모다. 세관에 신고된 수출액(7094억700만달러)과 무역대금 수령액의 차이는 1820억9700만달러로 2024년(993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다. 지난해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7097억달러를 기록하고, 무역수지도 780억달러 흑자를 내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외환시장에서 기업의 달러 공급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유입 외환(1조3448억9800만달러) 중 무역대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39%에 그쳤다. 이 비율이 4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최근 10년 내 처음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지자 수출기업들이 대금을 서둘러 회수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꼈다”며 “과거 같으면 원화로 환전했을 자금을 해외 재투자 등 다른 방식으로 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당국은 지난해까지 묶여 있던 기업의 달러가 올해 들어서는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에 관한 질문을 받자 “대기업들도 보유한 외환을 많이 가지고 들어와 그 문제도 해결됐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당국의 지난 연말 환율 관리 이후 환율이 추가로 오를 것이란 기업의 기대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의 달러 매도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대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수요로 고환율 구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의 ‘달러 쌓기 기조’가 반전되긴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이광식/강진규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