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경기가 다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유층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경기 둔화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50.1)보다 0.8포인트 하락한 49.3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50)를 밑도는 수치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해 4~11월 8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다가 12월 50.1로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PMI는 50.3으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지만 기준선을 웃돌았다. 반면 중형기업은 48.7로 1.1포인트, 소기업은 47.4로 1.2포인트 각각 떨어지며 부진이 두드러졌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1월 비제조업 PMI도 49.4로 전월(50.2) 대비 0.8포인트 하락해 위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훠리후이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1월 들어 일부 제조업이 전통적인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시장 수요가 여전히 부족해 제조업 PMI가 하락했다”며 “한파 지속과 춘제(설) 연휴를 앞둔 영향으로 건설업 생산과 시공 경기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견조한 수출에 힘입어 공식 성장률 목표인 5%를 달성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지난해 성장률 목표 달성과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오랜 내수 침체에 대한 정책당국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지방정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으면서 국가 전체 성장률 목표도 4.5~5%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루 팅 노무라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2026년 성장률을 4.5%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향후 몇 달간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며 “기존의 정책 수단이 소진될 경우 보다 포괄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부유층의 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후룬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고액 자산가의 경제 신뢰지수는 4년 연속 하락해 5.4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저치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한 2018년 당시 이 지수는 6.6이었고, 코로나19 기간에도 6.7~7.2 수준을 유지하던 것과 대비된다. ‘경제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2022년 조사 결과인 58%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 결정도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유층은 전통적으로 가장 낙관적이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계층인 만큼 이들의 행태 변화는 중산층과 전체 경제 흐름의 선행 지표로 주목된다. 지난해 중국 부유층의 명품·고급 소비 규모는 1조5600억위안(약 2244억달러)으로 전년 대비 약 5% 감소했다.
안전자산 선호도 뚜렷해지고 있다. 응답자의 약 20%는 올해 금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고, 14%는 해외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26%는 부동산 보유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