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3대 폭력조직요? 실제로는 중·장년층 자영업자 모임에 가깝습니다.”
경기 수원 ‘남문파’ 조직원인 40대 A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폭력조직을 이렇게 표현했다. 남문파는 ‘북문파’·‘역전파’와 함께 수원 3대 폭력조직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조직원 상당수는 휴대폰 판매점이나 치킨집·횟집 등 식당, 커피숍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공사장이나 대리운전 등을 전전하기도 한다. A씨는 “영화처럼 기업화된 범죄조직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던 풍경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요즘은 가끔 만나 술을 마시거나 가족 행사 때 얼굴을 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이 관리하는 조직폭력배(조폭) 수는 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기존 조직원들의 노쇠와 세대 단절로 전통적인 조폭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 조직의 허리 격인 30대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중·장년층만 남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관리 대상 조폭 5627명 가운데 40대 이상은 64.1%(3609명)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1년(57.2%)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도 16.6%에서 21.9%로 올랐다. 조직의 중추 역할을 맡았던 30대 비중은 31.3%에서 22.1%로 쪼그라들면서 존재감이 크게 약화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한 강력계 형사는 “과거 10~20대 시절 멋모르고 가입했다가 전통적인 조폭 문화에 질려 탈퇴하는 30대가 늘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감지되는 세대 간 인식 차도 뚜렷하다. 40~50대 조직원들은 “예전에는 단체 합숙을 하며 규율을 익혔는데 지금은 선배를 공경하는 문화가 아예 사라졌다”고 한탄한다. 반면 20~30대 조직원들은 시대착오적인 ‘꼰대’ 발상이라고 일축한다.
반복되는 사업 실패와 생활고를 겪는 선배들의 모습을 지켜본 이들에게는 ‘돈이 곧 규율’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실제 경기 수원에서 2007년 상대 조직원을 살해해 감옥에 복역하며 한때 ‘업계 전설’ 대우를 받은 한 40대 조직원은 출소 후 식당을 개업했지만, 몇 년 뒤 폐업하며 조직 내 존재감을 상실했다. 20대 북문파 조직원 B씨는 “연공서열이나 주먹 대결이 아니라 사업 수완이 뛰어난 후배가 형님 대접을 받는다”고 전했다.
강한 위계와 폭력 중심의 기존 조폭 문화도 점차 개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조직 간 집단 패싸움이 급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법에 따라 경찰이 관리하는 조폭은 집단 모임조차 단속 대상이다. CCTV 등 경찰 감시망의 지속적인 확충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 조직원들은 철저히 돈의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직 간 이해관계에는 무관심한 편”이라며 “피비린내 나는 조폭 간 난투극 역시 이제 흘러간 옛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