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질수록 협력을 통해 높은 기술력과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1일 “한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 캐나다, 인도 등 브리지파워 국가들이 뭉쳐 실용적이면서 동시에 신뢰에 기반한 AI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 전 세계 석학 29명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 ‘AI 개발에 관한 다국적 협력의 청사진’ 집필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보고서는 AI 컴퓨팅 역량과 인프라 투자가 미·중에 집중되면서 그 외 국가는 최첨단 AI를 단독으로 개발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종속과 열세라는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브리지 국가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역량을 모으고, 데이터까지 공동으로 운용하며 비용을 나누고 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제안이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이 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누적돼왔다”며 “참여 연구진도 초기 10여 명에서 30명 가까이로 늘었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 주장과 비슷한 논의가 최근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도 오간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신뢰에 기반한 연대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술적 우위만이 전부가 아니다”며 “윤리·신뢰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크고, 이것 또한 결국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지파워’라는 표현을 택한 것도, 중견국들이 신뢰 가능한 기술과 규범을 만들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다리’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박 교수의 경험도 녹아 있다. 그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재학 시절 국제관계에 관심을 두고 외교학을 복수전공했다. 졸업 후 KOICA 해외봉사단으로 탄자니아에서 컴퓨터를 가르쳤다. 이때 개발도상국의 정보기술(IT) 잠재력을 체감했다고 한다. 이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영국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은행 이노베이션랩에서 IT 기술과 개발도상국 사회혁신을 연구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