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 있어도 더 갈 수 있습니다", "지금 팔면 아쉽습니다"
주식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이 같은 설명이 나오면 개인투자자들은 팔려던 주식을 다시 붙들거나 오히려 추가 매수에 나서기도 합니다. 차분한 분석처럼 들리지만,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추천자의 계좌에서 어떤 주문이 나가고 있는지는 시청자 입장에선 알 길이 없습니다.
만약 '팔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버텼는데, 정작 유튜버는 보유 물량을 정리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추천을 믿고 따라간 투자자와 조언을 한 사람 사이에는 결과의 간극이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지점에 선을 그었습니다. 매도 계획을 숨긴 채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면, 더 이상 단순한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50만 유튜버' 슈퍼개미 유죄 확정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 2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식 유튜버 김정환(57) 씨 사건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김 씨는 구독자 50만 명이 넘는 채널을 운영하며 종목 전망과 매매 의견을 제시해온 인물입니다. 유튜브 채널과 유료 회원제 리딩 사이트를 운영하며 종목 전망과 매매 의견을 제공해 유사투자자문업자로 분류됩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자신이 보유한 5개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하면서도 뒤에서는 매도 주문을 내 차익을 실현하는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겉으로는 "지금은 팔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시청자들을 기만하며 같은 시간대에 자신의 물량을 정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도 활용됐습니다. CFD는 실제 주식을 계좌에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거래 방식입니다. 계좌 상으로는 주식이 직접 이동하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주식 매도보다 외부에서 거래 흐름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습니다. 그는 보유 주식 84만7066주를 약 187억원에 매도해 58억9000만원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캘핑' 논란에서 '이해 상충' 문제로이 사건은 처음에는 ‘스캘핑’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스캘핑은 추천 직전에 먼저 사두고 추천으로 매수세가 몰리면 곧바로 파는 단기 차익 거래를 말합니다.
1심 재판부도 이 틀에서 사건을 판단했습니다. 문제 된 종목들이 추천 직전에 급히 사들인 종목이 아니라 길게는 2년 전부터 보유해온 종목이라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방송에서 보유 사실이나 매도 가능성을 언급한 정황도 일부 인정됐고, 주가 상승 역시 언론 보도나 증권사 리포트 등 외부 요인 영향이 컸다고 봤습니다. 결국 1심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법은 '얼마나 오래 들고 있었느냐'보다 '추천 시점에 무엇을 숨겼느냐'를 더 중요하게 봤습니다. 단순한 보유 언급 이력이 아니라, 추천이 이뤄지는 시점에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이해관계가 전달됐는지가 핵심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특히 구체적 근거를 들어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며 사실상 '팔지 말라'는 신호를 준 뒤 직후 대량 매도로 차익을 실현한 일부 행위는 투자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2심은 이를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과 '위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부 유죄로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재판의 초점이 '선매수 후 추천' 여부에서 '추천 시점의 이해 상충 고지' 문제로 이동한 셈입니다. 최종 형량도 가볍지 않습니다. 부당이득 규모와 반복성, 시장 영향력이 함께 고려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시청자에 권유하고 반대매매 하면 책임져야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선 단순히 한 유튜버의 유·무죄를 가른 사건을 넘어 온라인 투자 콘텐츠 전반에 적용될 기준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에는 개인 방송에서의 발언을 비교적 '의견 표현'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른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는 해석입니다. 특히 추천이 이뤄지는 바로 그 시점에, 이해관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전달됐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이전 사건들과 결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법무법인 세종 자본시장조사대응센터는 "이번 판결은 유튜브나 온라인 리딩방 등 비전통적 매체를 통한 투자정보 제공에도 자본시장법 규제가 적용됨을 전제로 사기적 부정거래 성립 여부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법원은 모든 발언을 일괄적으로 매수 추천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투자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만큼 구체적·적극적인 권유를 한 뒤 직후 반대 매매했다면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향후 유사투자자문업자와 금융 인플루언서는 보유 종목을 추천하는 경우 자신이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고 추천 직후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과거에 보유 사실을 밝혔다는 점만으로는 면책되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