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국가산업단지에서 휴·폐업한 기업이 1090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201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중국의 추격,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노동 규제 등 만성적인 경영 악화 요인에 지난해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 원화 약세로 인한 원가 상승, 건설 등 내수경기 부진이 겹쳐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받은 ‘산단별 휴·폐업 기업 현황’에 따르면 서울 디지털, 부산 명지녹산, 인천 남동 등 전국 35개 국가산업단지에서 지난해 휴·폐업한 기업은 1090곳(휴업 151곳, 폐업 939곳)이었다. 휴·폐업 기업은 2022년 625곳에서 2023년 781곳으로 증가한 뒤 2024년 732곳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48.9% 급증해 처음으로 1000곳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중소 제조업체가 밀집한 서울·인천·경기 지역 산단에서 818곳이 휴·폐업했다. 전년 대비 42.7% 늘었다. 중공업 기업 등이 몰린 경북·경남 지역 산단에서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120곳이 휴·폐업했다. 업종별로는 기계가 326곳(증가율 35.3%)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전자(226곳, 54.8%), 정보통신(92곳, 39.4%)이 뒤를 이었다. 공급과잉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68곳, 38.8%)과 철강(23곳, 109%) 업종에서도 휴·폐업이 급증했다.
한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한계 기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지난해 고환율, 미국 관세 부과 등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향후 더 많은 산단 내 중소기업이 폐업에 내몰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의 라정주 원장은 “친노동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면서 중소제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중소제조업체의 70%는 대기업에 전속돼 중간재를 생산하는 데 이들의 위기는 대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월별 경기전망지수(SBHI)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은 2023년과 2024년엔 80~90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2024년말부터 2025년 내내 75~85사이에서 정체를 보였다.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구자근 의원은 “경제 하부 구조를 받치는 61만개 중소 제조업체들이 위기에 처해 대기업과 수출기업에 연쇄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유예,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상속세 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상원/안대규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