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출신 '매파적 비둘기'…워시, 금리인하 속도 낼 듯

입력 2026-01-30 17:49
수정 2026-01-31 01:47
그동안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거론된 후보는 모두 4명이었다. Fed의 케빈 워시 전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미셸 보먼 이사,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다. 이들 모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고 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ed 독립성 논란을 줄이고 시장 신뢰를 확보할 인물을 찾으면서 워시 전 이사가 낙점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매파에서 비둘기파로지난 27일만 해도 폴리마켓은 금리 인하를 공공연하게 지지해온 라이더 CIO의 임명 확률을 54.2%로 봤다. 워시 전 이사가 임명될 것이란 관측은 29%에 그쳤다. 워시 전 이사의 과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 때문이었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모건스탠리 인수합병 부문 부사장을 지내는 등 월가에서 경험을 쌓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2006년 최연소 Fed 이사로 임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Fed가 돈을 푸는 양적완화에 반대했다. 2011년 두 번째 양적완화가 시작된 이후 임기를 7년이나 남겨두고 사임한 것도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견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의장 면접에서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가 주류 세력의 지원 사격이 워시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등 월가 거물들이 사석에서 트럼프 측근들에게 ‘라이더보다는 Fed 이사를 지내 검증된 워시가 안전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워시 전 이사는 현재 쿠팡과 UPS 이사로 재직 중이다. ◇ 금리 인하할까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회복되려는 신호를 보일 때마다 Fed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미국 기준금리를 연 1%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3.75%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런 공격적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다.

워시 전 이사는 이에 대해 절충안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 윌슨자산운용의 데미안 보이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워시 전 이사는 더 낮은 금리를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대신 그는 금리 인하 조건으로 Fed가 자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점을 내걸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신중함에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의장이 금리를 낮추라는 자신의 요구를 따르면서도 이를 실제로 관철할 수 있을 만큼 월가와 Fed 동료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기를 바란다”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니콘’을 원한다”며 시장의 신뢰도를 확보하면서도 자신에게 충성할 인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파월 의장이 2017년 임명 당시에는 금리 인하에 찬성했으면서 이후 트럼프 대통령 기조에 등을 돌린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워시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후임자 임명 후 파월 의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Fed 이사로서의 법적 임기는 2028년 1월 말까지다. 이 때문에 Fed 이사 자리는 계속 지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Fed 의장 지명자는 상원 인준 표결을 통과해야 취임할 수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