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22㎞ 터널 개통…일대일로 관문으로 떠오른 中 신장

입력 2026-01-30 17:56
수정 2026-01-31 01:27
중국 베이징에서 2800㎞ 떨어진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의 주도 우루무치. 중국이 자국 중심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한 달 전쯤 길이 22.13㎞의 세계 최장 터널인 톈산 성리 터널이 개통하면서 일대일로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우루무치에서 태어나 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친 쉬모 씨는 기자에게 “최근 10년간 변화를 보면 신장은 중국의 변방이 아니라 일대일로의 핵심 지역이란 사실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부 개방의 관문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초청으로 지난 25~27일 우루무치를 찾았다. 한국 언론 중에선 한국경제신문만 초청받았다. 티베트나 신장은 중국 정부 허락 없이는 언론 접근이 제한된다.

톈산 성리 터널은 5년여 공사 끝에 개통했다. 험준한 산길을 차로 단 20분 만에 통과할 수 있다. 터널 개통으로 우루무치에서 남부 도시 쿠얼러까지 이동 시간이 기존 7시간 이상에서 약 3시간30분으로 단축됐다. 신장 북부와 남부를 잇는 대동맥이자 중국 동부 경제권과 유라시아 국가 간 신속한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도시의 상징인 방사형 고가도로에 화물 트럭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수십 갈래 고가도로가 지나는 우루무치는 중국 동서와 남북 육상 물류의 핵심 축을 이룬다. 현지에서 만난 신장의 한 공무원은 “우루무치의 도로망은 운송 효율을 높이고 대륙을 횡단하는 화물 수송에 실핏줄 역할을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걸어 세계 질서가 요동치자 중국은 일대일로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일대일로 사업 규모는 총 2135억달러(약 307조원)로 전년 대비 75% 급증했다. 2013년 출범 이후 연간 기준 최대다.

이 과정에서 ‘일대일로의 심장’으로 불리는 신장이 부각되고 있다. 신장은 중국 서부 개방의 중요 관문이다. ◇도로·철도 연장에 국경 무역 확대신장은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중국 영토의 6분의 1에 달하는 데다 육지 국경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출발점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경 무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신장의 아라산커우·훠얼궈쓰 등 접경 철도 통상구에는 연간 1만6400편가량의 화물 열차가 통과하고 있다. 아라산커우 철도 통상구를 통과해 21개 국가와 지역으로 가는 화물열차 노선은 120개, 훠얼궈쓰 철도 통상구를 경유해 18개국, 46개 도시로 가는 화물열차 노선은 85개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신장의 주요 국경 거점을 통과한 차량·열차 건수는 172만4000여 건에 달했다.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신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운송되는 주요 화물은 농산물과 섬유, 폴리염화비닐(PVC), 화학 원자재 등이다. 지난해부터는 라오스에서 온 설탕과 고무 등을 중국~라오스 철도와 기타 내륙 철도 연결을 통해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신장은 중앙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천연가스를 중국 내륙으로 보내는 관문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신장을 방문해 일대일로에서 신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가 한국 언론 최초로 참관한 신장 양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신장 경제는 지난해 전년 대비 5.5% 성장했다. 중국 전체 성장률 5%를 웃돌았다. 신장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년 연속 중국 성장률을 넘어섰다. 신장의 대외 무역(수출+수입)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00억위안(약 103조3900억원)을 돌파했다.

우루무치에서 만난 네덜란드 국제 물류 기업 알블라스의 얀 야콥 알블라스 최고경영자(CEO)는 “독일과 벨기에를 포함한 9개국에 자회사를 두고 물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신장의 육상 운송 경쟁력이 뛰어나 이곳을 거점으로 한 사업을 계속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은 육상 운송망을 더 강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스마트 운송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사전 신고·문서화→현장 검사 최소화→밀봉 수송 컨테이너 등으로 목적지까지 ‘원스톱’ 운송을 목표로 한다. 신장의 또 다른 공무원은 “시범 운영 이후 운송 시간이 2~3일 단축되고 차량당 4000위안(약 83만원)이 절감되고 있다”고 했다. 철도 통관 지점에는 디지털 기반 신속 통관 시스템을 도입했다. 통상 3시간 이상 걸리던 통관이 1시간 수준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