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무시했다가…'그때 살걸' 386% 폭증 대반전

입력 2026-01-30 17:16
수정 2026-01-3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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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샌디스크가 시장 추정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슈퍼 어닝서프라이즈’를 내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중심이 ‘훈련’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샌디스크는 “아직 엔비디아 수요는 반영되지도 않았다”며 “내년과 2028년엔 시장이 더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업이익 386% 폭증
샌디스크는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이 회사 기준 회계연도 2026년 2분기(한국은 2025년 10~12월) 실적을 공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404% 급증한 6.2달러를 기록해 시장 추정치(평균 3.49달러)보다 77% 많았다. 매출은 30억2500만달러(약 4조3480억원)로 1년 전과 비교해 6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억3300만달러(약 1조6290억원)로 386% 급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샌디스크가 가장 낙관적인 눈높이마저 뛰어넘는 슈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20달러에서 700달러로 높였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샌디스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 뛴 631.9달러에 거래됐다.

샌디스크는 삼성전자(작년 3분기 기준 점유율 32.3%) SK하이닉스(19%) 키옥시아(15.3%) 마이크론(13%)에 이은 세계 5위(점유율 12.4%) 낸드 업체다. 5위 업체의 한계로 샌디스크의 지난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200만달러(약 2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세 개 분기 사이 560배 급증할 정도로 상황이 좋아진 것은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제품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데이비드 게클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불과 몇 달 전 20~40%로 예상한 올해 데이터센터 낸드 시장 성장률을 60%로 수정할 만큼 수요 증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과 2028년이 더 좋다”전 거래일(28일)까지 1년간 15배 급등한 샌디스크 주가가 이날 추가로 폭등한 것은 내년과 2028년에는 상황이 더 좋을 것이라고 시장에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게클러 CEO는 “엔비디아 신규 수요로 내년엔 추가로 75~100엑사바이트(EB·1EB=100만테라바이트) 낸드가 더 필요하고, 2028년엔 규모가 거기서 또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은 200EB로 집계되는데, 2028년 시장이 400~500EB까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엔비디아는 하반기 양산하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기존 제품인 ‘블랙웰’보다 10배 이상 많은 1152테라바이트(TB) SSD를 넣기로 했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낸드의 새로운 구매자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 수요의 10%를 쓸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잃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과점하는 D램과 달리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탓에 돈을 벌기 쉽지 않아 장기 불황 사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붐으로 구매 요청이 쇄도하자 5위 업체까지도 볕이 드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9.46달러로 전월(5.74달러) 대비 64.8% 올랐다. 이전 최고가인 2017년 8월 5.78달러를 넘어서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PC용 D램 제품(DDR5 16GB SO-DIMM)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4달러로, 같은 기간 86% 폭등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