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복지 기대" vs "임대주택으로 집값 못 잡아"

입력 2026-01-30 16:43
수정 2026-01-30 23:51
“도심 역세권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많이 공급한다니 기대됩니다.”(서울 20대 직장인 A씨) “이미 도로가 한계 상황인데 집만 더 지으면 ‘교통지옥’이 될까 걱정입니다.”(경기 과천시 거주 50대 B씨)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1·29 주택공급 대책) 대상지로 지정된 지역 주민 사이에서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도심에 주택을 대거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반시설 수용 한계를 넘어선 난개발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통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번 주택 공급 방안의 핵심은 역세권 등 수도권 총 487만㎡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 6만 가구를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3만2000가구(26곳), 경기 2만8000가구(18곳), 인천 139가구(2곳) 등이다.

서울 용산구는 전체 공급의 23%가량인 1만3500가구가 몰려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1만 가구)와 캠프킴(2500가구), 501정보대 부지(150가구) 등을 활용한다. 용산구 한강로의 B공인 대표는 “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에 고급 아파트가 많이 공급된다면 모르겠으나 공공분양과 임대 물량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부이촌동의 한 주민은 “대통령실이 나가자마자 국제업무지구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넣는다는 말에 주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차량이 많아 항상 정체가 심한 곳인데 교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원구 태릉CC(6800가구) 인근 주민은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주민은 “태릉CC 인근은 화랑대 철도공원 등이 있어 녹지가 많은 게 장점인데 공공임대가 대거 들어오면 꺼리는 주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임대주택을 최소화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부 물량을 우선 분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에는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이전을 통해 9800가구가 공급된다. 이 같은 소식에 반발하는 과천 주민은 3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참여 희망자 ‘오픈 카톡방’이 개설돼 이날 낮 기준 700여 명이 함께했다.

일부 시민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다”고 했다. 과천 원문동의 L공인 대표는 “지식정보타운에 8000가구가 들어오면서 교통이 매우 혼잡해졌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여러 곳에서 이뤄져 이미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방치된 빈 땅 활용 기대”판교테크노밸리, 성남시청 등과 인접한 금토2·여수2지구에 6300가구가 공급되는 성남에선 직주근접 단지 개발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텃밭으로 활용된 해당 부지에 공공주택이 들어서면 분당 재건축 사업과 함께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이 사업 추진 과정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시행 참여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교통, 교육, 정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퇴계원 지역의 빈 군부대 땅(4180가구), 고양시는 덕은지구 옆 옛 국방대 부지(2570가구)가 주택 공급지로 포함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서울과 가깝지만 낙후돼 있던 퇴계원 일대는 교통망이 좋아지고 인구가 유입되면서 개발 기대가 컸던 곳”이라며 “이번 발표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돼 도심 속 방치된 땅을 활용하고 주거 안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의료원 남쪽 부지(518가구)와 강남구청(360가구) 등 노후 청사를 탈바꿈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강남구청 인근 K공인 대표는 “구청 사옥이 오래돼 아파트를 지으면 좋긴 하지만 360가구는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협의해 규모를 좀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경찰서 부지(550가구)가 주택 공급지로 포함된 광명시 철산동의 한 주민은 “출퇴근 편의가 필요한 청년을 위한 역세권 주택으로 역할을 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안정락/오유림/손주형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