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홍콩 대체할 수 있을까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입력 2026-02-06 06:30

2025년 12월 18일,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海南)이 기존 세관을 폐쇄하고 섬 전체를 특별세관 구역으로 전환하는 '봉관(封關)'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대외 개방 실험 모델로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서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하는 야심에 찬 정책입니다.

봉관 시행 한 달 만에 하이난은 섬 전역 8개 1선 항구와 10개 2선 통관항이 동시에 가동되고, 전 과정 모니터링 시스템이 10개 기관을 중심으로 작동, 제도와 정책 실험장의 역동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이난성 당 위원회 개혁 판공실은 "첫 전투에서 승리했다"며 "봉관 이후 시장 활력과 혁신 의욕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평가했습니다.봉관 이후 구조적 변화하이난 봉관의 본질은 제도 그 자체보다, 그 제도가 촉발하는 비용·자금·산업의 구조적 재편에 정책의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비용 구조의 혁신입니다. 봉관 이후 무관세 품목이 1900여 종에서 6600종으로 늘어나, 전체 품목의 74%가 '제로 관세'를 적용받습니다. 첨단 설비나 바이오 원료를 수입해 하이난에서 30% 이상 부가가치를 더해 본토에 재수출할 경우에도 관세가 면제됩니다. 하이난에서 생산된 커피·화장품 등이 중국 본토로 역수출될 때 세제 감면과 간소화된 통관 절차가 동시에 적용됩니다.

둘째, 자본 이동의 자유화입니다. 자유무역 다기능 계좌(FT Account)는 역외 계좌(OSA), 비거주민계좌(NRA)와 자유롭게 연동됩니다. 본토 외환 규제를 실험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된 것입니다. 2026년 초부터 QFLP·QDLP 펀드의 집중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금융 당국이 하이난을 통해 역외금융 관리를 실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산업 생태계의 재편입니다. 하이난은 산업 생태계를 '4+3+3'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하이난은 빠른 속도로 관광·현대 서비스·하이테크·열대 농업(4대 주력), 바이오 종자·해양기술·항공우주(3대 미래), 면세·의료·교육(3대 소비)산업의 생태계 재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3년 2월 시작된 하이난 보아오 러청국제의료선행구(海南博鰲樂城國際醫療先行區)는 이미 200여 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투자처로 부상했습니다. 수입 신약과 의료기기 승인 절차가 본토보다 30% 이상 단축되면서 하이난은 '의료 개방의 창(窓)'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이난의 의료특구는 글로벌 의료특구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하이난은 홍콩을 대체할 수 있을까?홍콩은 150년 넘게 축적된 영미법 기반의 사법 독립성과 투명한 법 집행,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국제 자본의 신뢰를 쌓아 왔습니다. 하이난은 중앙정부 산하에서 작동하는 '관리된 자유항' 성격이 강합니다. 법적 자율성과 제도적 예측 가능성이 국제 자본의 신뢰를 얻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이난은 홍콩을 '대체'하기보다는 본토 주도의 개방을 보완하는 실험지대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난의 전면적 부상은 미·중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장기화하고,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는 가운데, 베이징은 하이난을 '남방 개방 벨트'의 거점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해상 교역, 러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의 금융 연계 확대는 "중국 중심의 남남 협력 경제권" 구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한국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하이난의 개방은 한국 기업에도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난의 기업 소득세 15%, 무관세 통관, 역외무역 자유화 등은 중국 내 운용 비용을 절감하면서 중국 금융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기회입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바이오 의약, 화장품, K-헬스케어, K-Food 산업은 하이난을 '리스크 낮은 내수 실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하이난은 한국 기업에 몇 가지 현실적 전략 옵션을 제공합니다. 하이난을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중국 남부 지역과 동남아를 동시에 겨냥하는 시험 무대로 활용하는 전략은 유용해 보입니다.

관광·현대 서비스·헬스케어·교육 등 하이난이 국가 전략으로 미는 분야에서 서비스 모델 실험을 우선 고려해볼 만합니다. 한국만큼 하이난 특구에 적합한 산업 구조를 갖춘 나라는 없습니다. 특히 러청의료특구와 결합도가 높은 K-뷰티 클리닉, 건강검진·웰니스 센터 등은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 기술과 서비스는 이곳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이난은 '홍콩을 대체하는 완전한 자유항'이라기 보다, 당분간 중국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개방을 시험하는 고급형 특구에 더 가깝지만, 다양한 특혜를 내걸고 있는 하이난을 우리가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이난 특구는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동남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는 매력적인 교두보가 될 대단한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