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안 쓸 수도 없고"…대통령 말 한마디에 '초긴장' [이슈+]

입력 2026-01-31 12:21
수정 2026-01-31 12:22

이재명 대통령이 이른바 '설탕 부담금(설탕세)' 도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식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당 중심으로 관련 토론회와 입법 논의까지 이어지자 업계는 원가 부담 증가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31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설탕세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일반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다"며 설탕세가 아닌 '설탕 부담금'에 대한 논의임을 강조했다.

담배의 경우 현재 궐련형 담배에는 20개비당 841원, 니코틴 액상을 사용하는 전자담배에는 1ml당 525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년 3조원의 준조세가 발생하는데 이 재원은 금연 교육·홍보, 흡연 피해 예방과 피해자 지원, 보건의료 연구 등에 쓰인다.

세금이 아닌 '부담금' 형식이긴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설탕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되며 정부와 정치권 내부에서 법적·정책적 검토가 시작됐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달 12일 '설탕 과다 사용부담금' 국회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가당 음료와 고당도 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호응했다.


설탕세 논의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식품업계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설탕은 음료, 제과·제빵, 유제품, 장류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폭넓게 사용되는 필수 원재료이기 때문이다. 산업 전반의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부담금이냐, 세금이냐는 무의미하다. 결론적으로 제품 원가 압박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며 "설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인건비 부담 등을 무시할 수도 없다.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물가로 인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부담금까지 매기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인공 감미료로 대체하더라도 맛 변화와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안전 문제도 여전히 남게 된다.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앞서 설탕세를 도입했던 프랑스와 멕시코에서는 그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설탕세 효용성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세계은행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가당 음료 등을 대상으로 한 설탕 관련 과세를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2018년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을 도입해 과세 대상 음료의 평균 당 함량을 약 30% 줄였지만, 비만율이나 당뇨 유병률 감소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1922년 설탕세를 도입하고 2018년 설탕 음료와 과자류 세율을 대폭 인상했는데, 스웨덴 등 인접 국가로의 '원정 쇼핑'이 증가하면서 2020년 세율을 이전 수준으로 낮췄다. 덴마크 역시 1930년대부터 탄산음료에 부과하던 소다세가 물가 상승과 원정 쇼핑으로 이어지자 2014년 소다세를 전면 폐지했다. 최근에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해 사탕·초콜릿·고당도 식품 관련 세금 인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담뱃세 사례를 보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세금 부과가 흡연율 감소로 이어지는 효과는 약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식품업계가 막대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납부하면서 소비자 부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