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올해 4분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초대형 상장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월가 투자은행들과 IPO 관련 비공식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동시에 최고회계책임자(CAO)와 기업사업재무책임자(CBFO)를 채용하는 등 상장 준비를 위한 재무 조직 강화에도 나섰다.
오픈AI는 현재 기업가치가 약 5000억달러(약 719조원)로 평가되는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 중 하나다.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올해 IPO 시장은 전례 없는 '블록버스터 시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오픈AI의 주요 경쟁사인 앤트로픽까지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업계의 초대형 대어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산업 전반이 막대한 운영비 부담 속에서 자금 조달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구글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과 달리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어주는 기존 사업 기반이 약해, AI 모델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매년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현재 1000억달러(약 143조원)가 넘는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며, WSJ은 이를 상장 전 투자 유치인 '프리IPO' 성격으로 해석했다. 이번 조달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300억달러(약 43조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마존이 목표액의 절반 수준인 500억달러(약 72조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특히 아마존의 투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이 대규모 투자와 함께 챗GPT를 자사 제품·서비스에 활용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경우 AI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300억달러(약 119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픈AI의 상장 추진에는 경쟁사 앤트로픽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WSJ은 오픈AI 경영진이 앤트로픽이 자사보다 먼저 IPO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AI 챗봇 '클로드'를 앞세워 기업용 프로그래밍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다 투자자 문의가 급증하면서 목표액을 200억달러로 두 배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 성사될 경우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3500억달러(약 50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업들의 상장 경쟁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검색과 플랫폼 시장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유튜브 중심의 검색 양강 체제가 챗GPT, 제미나이 같은 AI 에이전트 기반 질의응답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최근 공개한 'AI 검색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국내 10~50대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검색 목적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 검색 중심의 전통 포털 입지가 약화되는 대신, 대화형 답변과 정보 요약을 제공하는 AI 서비스가 정보 탐색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AI 검색이 아직 취약한 커머스 영역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방어 전략에 나서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상장에 대한 복잡한 심경도 내비쳤다. 그는 "개인적으로 상장사 대표가 되는 것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0%'라고 답하겠다"면서도 "오픈AI가 상장사가 되는 것에 대해 기대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짜증 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이 검색·커머스·플랫폼 전반을 재편하는 가운데, 적기의 IPO와 자금 공급이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AI 기업들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