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 관람료가 주말 기준 1만5000원 선으로 굳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정작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에 돌아가는 수익은 기대와 달리 줄고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가격이 올랐지만, 실질적인 평균 판매 단가인 '객단가'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계는 그 원인으로 이동통신사의 영화 티켓 할인 제도를 지목하고 있다.
통신사 제휴 할인으로 인해 극장과 통신사는 이익을 얻는 반면, 영화 콘텐츠를 제작한 제작사와 배급사에게는 정당한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기형적인 분배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열린 '영화티켓 할인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간담회'에서는 영화계 내부의 유통 구조 문제, 법제도 미비, 할인 비용 분담 방식의 불공정성 등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영화 산업의 수익 분배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기존 영화 유통 구조는 관객과 영화관, 배급사(제작사 포함)가 3자 거래로 연결돼 있었으며, 수익 분배는 극장 44.13%, 투자사 23.83%, 제작사 15.89%, 배급사 수수료 4.41%, 영화발전기금 2.91%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는 이동통신사가 할인 유통 주체로 개입하면서, 제작과 투자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통신사가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통신사가 고객 유치를 위해 마치 손해를 감수하는 듯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실상은 유통 마진을 확보한 채 영화업계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켓 정가는 올랐지만, 배급사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며 "통신사를 통한 티켓 판매 비중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사적 계약이 아니라 영화 산업의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공공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20년 영화 티켓 가격이 1만3000원이었을 때 객단가는 8574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가격이 1만5000원으로 올랐음에도 객단가는 1만285원에 불과했고, 2025년에는 9869원으로 되레 줄어들었다"고 제시했다. 이는 할인 판매 확대가 영화산업 수익구조 전반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다.
추은혜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현행 할인 구조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는 "현재 영화관이 배급사 및 제작사와 사전 협의 없이 통신사·카드사 등에 과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가는 높지만 실제 판매가는 낮아지는 이중가격제가 형성되고 있고, 할인 금액이 어디서 차감됐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깜깜이 정산'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추 변호사는 "소비자는 영화 티켓을 1만1000원에 구매했지만, 실제 영수증에는 7000원으로 찍혀 나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기만일 뿐 아니라 정산의 투명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는 결국 할인 비용을 제작사와 배급사에 떠넘기는 형태로 귀결되며, 결과적으로 영화 제작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경수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유사 산업의 규제 사례를 기반으로 영화산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산업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유통 구조에 대응할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한 판매촉진비 부담 전가 금지 △'입장권 가액' 대신 '순 입장료' 개념 도입 및 정산 의무 규정 신설 △영비법 시행규칙 개정 △표준계약서 개정 등이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류용래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경쟁과장은 "통신사와 배급사 간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 적용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유통업법 개정은 예상치 못한 산업 전반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정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참석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김윤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는 "관객이 실제로 지불한 금액과 영화사에 정산된 금액이 불일치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구조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자 산업의 뿌리를 흔드는 불공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대표는 "통신 3사의 연매출은 60조 원, 한국영화 시장은 5000억 원 수준"이라며 "이처럼 거대한 산업이 작은 시장에 '빨대를 꽂는' 구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지금과 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제작자들은 더 이상 영화 현장을 지킬 수 없다"며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제도적 대응이 미흡하다면, 영화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하며, 필요시 제도 개선을 병행해 산업 전반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며 "국회에서도 입법을 통해 영화 제작자와 소비자가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표면적인 관객 혜택이라는 이름 아래 묻혀온 영화산업 수익 분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자리였다. 영화계는 "이제는 논의보다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