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수사 기한과 권한을 고려하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결과입니다.”
검찰에 오래 몸담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여론조사 무상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가운데 앞의 두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접하고 이같이 말했다. 법원이 특검팀 구형(징역 15년,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한 건 수사·기소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무소불위’ 특검이 180일간 수사한 결과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특검이 ‘작심 기소’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여론조사 무상 수수 의혹에 무죄를 선고한 점이 논란을 계속 키우고 있다. 이 사건은 특검의 ‘1호 사건’으로 민중기 특검이 수사 성과를 발표한 지난달 직접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히며 대표 성과로 꼽은 사안이다. 이들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진행되던 수사를 넘겨받아 방대한 수사 기록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풍부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이들 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은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실패한 특검으로 꼽히는 사례와 견줘도 이번 선고 결과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2013년 전직 건설업자가 검사들과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수사한 ‘스폰서 검사 특검’은 핵심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이번 특검처럼 ‘용두사미’라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 이후 수사 동력이 약해졌다는 명분도 있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당 주도로 출범한 이번 특검은 수사 대상과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더 엄정한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특검팀이 30일 “무죄 부분에 대한 1심 판단에 심각한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장을 내 형량에 대한 법리는 추가로 항소심에서 다퉈봐야 한다. 선고의 법리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번 특검의 실패를 계기로 ‘특검 만능론’을 되돌아봐야 한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특검 제도는 ‘진실 규명’과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긍정적 기능이 분명하지만, 도입 자체가 성과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필요에 따른 졸속 특검은 결국 사법 자원의 낭비와 국민 신뢰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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