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만나는 스페인·포르투갈의 역사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입력 2026-02-02 09:00
수정 2026-02-02 16:20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작가의 <이베리아 반도 기행>은 ‘친숙한 듯 낯선’ 두 나라를 우리에게 친절하게 소개한다. 이베리아 반도는 스페인·포르투갈·안도라·영국령 지브롤터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한 기록을 담았다.

<이베리아 반도 기행>은 차백성 여행가의 다섯 번째 책이다. 그동안 그는 <아메리카 로드> <재팬 로드> <유럽로드> <자전거 백야기행>을 펴냈다. <아메리카 로드>는 북미 대륙과 하와이 7000km를 담았고, <재팬 로드>는 ‘일본 속에 남아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찾으며 지리, 풍물, 사건, 인물, 만남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유럽로드>는 튀르키예,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8개국, <자전거 백야기행>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발틱3국)와 러시아,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노르딕 3국) 등 북유럽 7개국의 여행 기록을 선보였다. 모든 나라를 자전거로 달려 여행했다는 특징이 있다.

여행가이자 작가인 차백성 저자는 인하공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1976년 대우건설 공채 1기로 입사해 2000년 상무이사로 퇴임했다. 많은 월급을 받으며 더 일할 수 있었지만, 어릴 때 꿈을 이루려면 체력이 남았을 때 실행해야겠다는 각오 아래 49세에 여행가로 나선 것이다.롤 모델 김찬삼의 뒤를 따른다차백성 작가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사 주신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을 읽으며 세계여행의 꿈을 꾸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이모부에게서 미국산 자전거를 선물 받자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며 김찬삼 선생의 뒤를 잇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김찬삼 선생이 탄생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김찬삼기념사업회 이사인 차백성 작가는 여러 사람과 함께 ‘김찬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자신의 롤 모델을 보며 꾼 꿈을 달성하고 그를 기념하는 일에 매진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차백성의 자전거 여행기는 방문하는 도시에 대한 풍부한 지식에 역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더해, 인문학의 향기를 가득 뿜어낸다. 낯선 도시에 당도한 여행가의 호기심이 발동해 여행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건 기본이다. 거의 매 페이지에 직접 찍은 컬러 사진을 실어 멋진 풍광을 함께 감상하는 듯한 현장감도 안긴다.

<이베리아 반도 기행>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솔광장에서 출발한다. ‘여정을 처음 시작할 때 그 나라의 가장 상징적인 곳을 찾아가 발대식을 하는 습관’이 있는 차백성 작가는 자전거 앞에는 태극기, 뒤에는 방문국의 국기를 달고 달린다.

스페인 여행기는 마드리드의 유명 미술관과 화가들 얘기로 시작한다. 우리나라와 연관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차백성 여행기의 필수사항이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방대한 영토를 호령한 펠리페 2세를 거론하다가 ‘가쓰라-태프트 밀약’까지 확대되는가 하면, 네덜란드가 스페인 식민지배하에 있을 때 ‘헤이그 특사단이 문전박대당한 사건’, 트라팔가르에서 떠올린 이순신 장군이 등장한다.여행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돈키호테의 땅’으로 불리는 라만차 지방,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론다, 전 세계 순례자들의 꿈인 산티아고 순롓길을 자전거로 달릴 때 차백성 작가는 세상에 나 홀로 던져진 느낌을 음미하며 자신에게 질문한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뚜렷한 계획도,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만 하는가? 내가 바꿀 수 있는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바꾼다면,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이 질문 끝에 얻은 답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홀로 여행하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대항해시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배들이 시대를 갈랐듯 각국의 우주선들이 우주의 바다를 가르는 지금, 이베리아 반도 여행 끝에 도달한 차백성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역사는 반복된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아니, 어디에 서 있어야만 할까!’

세계를 두루 여행한 작가의 날카로운 촉수에 걸려든 지혜를 많은 사람이 공유해야 길이 보일 것이다. 이것이 자전거로 돌아본 <이베리아 반도 기행>의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