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이 치르는 2027학년도 수능은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을 포함한 현행 통합수능 마지막 해다. 2028학년도부터 문·이과가 완전히 통합한 새로운 수능을 치르기 때문에 올해 수험생들은 재수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1년 동안 후회 없이 준비하기 위해선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인에게 최선의 조합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 결정 문제는 통합수능 내내 지속돼온 어려운 고민 중 하나다. 남은 기간 학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월까지는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을 결정짓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통합수능 지난 5개년의 결과를 복기하고, 올해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는 통합수능 내내 지속됐던 고질적인 논란이다. 선택과목은 다르지만 성적 평가는 같이하는 방식 때문에 유불리 문제는 조정이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지난 5개년 내내 국어, 수학에서 특정 과목이 유리한 상황은 지속됐다.
국어를 먼저 살펴보면, 통합수능 내내 언어와매체 응시생의 평균 성적이 화법과작문을 앞서는 일이 발생했다. 2022학년도부터 5개년 내내 언어와매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화법과작문을 최저 2점에서 최고 5점 앞서는 상황이 반복됐다. 같은 100점을 받았다고 해도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가 화법과작문 선택 학생을 늘 앞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격차는 전 점수 구간에서 보인다.
이에 따라 1~5등급 컷 원점수 격차도 이어졌다. 5년 내내 1~5등급 컷 모두 화법과작문이 언어와매체보다 높게 형성됐다. 예컨대, 2026학년도 수능에서 1등급 컷은 화법과작문이 90점, 언어와매체는 85점에서 형성됐다. 1등급을 받기 위해 화법과작문은 2~3문제를 더 맞혀야 한다. 등급 컷을 맞추는 데 언어와매체 선택 학생들이 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 국어 1등급 내 차지 비율을 보면 언어와매체 학생 비중은 매해 수능에서 최저 65.0%에서 최고 86.7%로 화법과작문을 압도한다. 이는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문제에서 유불리 문제로 이어진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는 수학에서도 발생했다. 수학은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 학생이 전 점수 구간에서 확률과통계 학생들을 앞섰다. 수학 1등급 내 미적분 또는 기하 학생 비중은 2022학년도 85.3%, 2023학년도 81.4%, 2024학년도 93.1%, 2025학년도 92.3%, 2026학년도에는 87.5%로 추정된다.
이 같은 격차는 통합수능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5년 내내 이어졌고,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은 이런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도 감지된다. 이렇듯 구조적 한계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명확함에도 국어는 화법과작문을, 수학은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는 학생 비중이 늘어난 것 또한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국어에서 화법과작문 응시 비중은 2024학년도 59.8%로 최저를 기록한 후 2025학년도 63.0%, 2026학년도 67.9%를 기록하는 등 증가로 돌아섰다. 수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눈에 띈다. 수학 확률과통계 응시 비중은 2024학년도 45.1%로 최저를 기록한 후 2025학년도 45.6%, 2026학년도 56.1%로 증가 추세다. 국어, 수학 모두 2025학년도를 기점으로 수험생 간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25학년도부터 본격화한 사탐런 현상과 함께 나타난 순수 문과생 증가를 주요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탐런이란 수학은 미적분, 기하 등에 응시하면서 탐구 과목만 과학에서 사회로 갈아타는 현상을 말한다. 수시 수능최저 충족에서 사탐, 과탐에 대한 제한이 없는 대학이 많고, 정시 과탐 가산점의 영향력이 미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능에서 사탐 응시자는 2025학년도를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수능에서 사탐을 1과목 이상 응시한 학생 비중은 2024학년도 50.3%로 최저를 기록한 후, 2025학년도 61.0%로 반등했고, 2026학년도에는 77.1%로 통합수능 기간 내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사탐런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사탐 응시 증가는 최상위권부터 중위권까지 전 점수 구간에서 발견된다. 종로학원이 국어, 수학, 탐구(2) 성적대별 탐구 응시 조합을 분석해본 결과, 국수탐 백분위 합 285점 이상(285~300) 최상위권 구간에서 ‘사회문화+생활과윤리’ 선택이 9.0%를 차지하면서 세 번째 많은 조합에 올랐다. 265점 이상(265~284) 구간에선 ‘사회문화+생활과윤리’ 조합이 16.9%로 1위에, ‘사회문화+지구과학1’ 조합이 8.8%로 4위로 분석됐다. 특히 백분위 합 264점 이하에선 사회탐구 선택 성향이 확연하다. 255점 이상(255~264), 240점 이상(240~254), 240점 미만 세 구간 모두 구간별 상위 5개 조합, 10과목 중 6과목이 사회, 4과목이 과학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탐런과 순수 문과생 증가는 통합수능에서 학생 간 경쟁 구도의 많은 변화를 시사한다. 무리하게 어려운 과목에 응시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에서 원점수, 등급을 높이는 것이 더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학생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고려하면서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들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흐름은 2025학년도 기점으로 크게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은 이런 변화를 인지하면서 선택과목을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남은 기간 수능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늦어도 2월까지는 선택과목 결정을 마무리할 것을 권한다. 참고로, 2027학년도 주요 10개 대학 기준 수시 수능최저 충족 관련해선 서울대, 연세대 일부 학과를 제외하곤 모두 수학, 탐구에서 선택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정시의 경우 서강대, 한국외대를 제외한 8개 대학 자연계열 학과에서 과탐에 3~6% 가산점을 준다. 목표 대학, 학과의 선택과목 제한 여부, 가산점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