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2일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들여올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틀라스가 생산 현장에 투입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국내 공장에 배치할 계획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노조가 선제적으로 방어막을 친 셈이다.
-2026년 1월 23일 자 한국경제신문-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틀라스는 56개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동차 부품을 정확하게 옮기고 사람과 협력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제조 현장의 고숙련 노동을 대체하기까진 아직 긴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한 많은 이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가 제조 현장에 도입되는 시점을 2028년으로 잡았습니다. 현대차 측도 아틀라스가 곧장 고숙련 노동을 대체하진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연간 유지비가 대당 1400만원 수준으로,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1인당 인건비(1억3000만원)의 10분의 1 수준인 아틀라스가 궤도에 오를 경우 공장엔 더 이상 인간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 생산직의 10%만 아틀라스가 대체해도 연간 손익 개선 효과만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현대차 노조가 혁신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아틀라스 도입 반대에 나선 것이지요.
기업은 노동과 자본을 결합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과거 1800년대 산업혁명에서도 기계는 노동을 대체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성격이 다릅니다. 아틀라스와 같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학에선 이런 기술을 ‘일반 목적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GPT)’이라 부릅니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 전기와 컴퓨터, 인터넷처럼 산업 전반의 생산 방식부터 인간 삶의 형태까지 획기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란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제가 구조적 실업입니다. 구조적 실업은 경기 침체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기적 실업과 달리,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기술을 가진 노동자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도입되면 공장에서 단순 조립 업무를 하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로봇 수준이 숙련 노동까지 대체할 정도로 고도화되면 그 범위는 더 넓어지겠지요.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회에 이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면, 이는 구조적 실업으로 이어집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미 100년 전 이런 현상을 예견한 바 있습니다. 그는 기술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속도보다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케인스는 이를 ‘기술 실업’이라고 했습니다. AI와 로봇 시대엔 이 현상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재교육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한 시장에선 임금의 양극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큽니다. 경제학에선 이를 ‘숙련 편향 기술 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로 설명합니다. AI와 로봇 등 고급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임금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어크하이어(Acq-hiring)’란 용어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크하이어는 ‘인수하다(acquire)’와 ‘고용하다(hire)’의 합성어로, 기업의 제품이나 기술보다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작년 6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를 143억 달러(약 20조원)를 주고 사들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선 막대한 기업가치의 대부분이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과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는 비용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틀라스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술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활용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선택지를 던집니다. 부의 양극화는 국가 및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바람직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러다이트식 대응은 성장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현대차 노조가 아틀라스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2. AI시대에 구조적 실업이 더 부각되는 이유를 분석해보자.
3. 휴머노이드 도입 이후 고용 시장은 어떻게 바뀔지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