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초 출시한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북6 프로’는 출고가가 341만~351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작인 ‘갤럭시북5 프로’는 176만8000~280만8000원이었는데, 상단을 기준으로 70만원 정도 올랐다. LG전자가 내놓은 ‘그램 프로 AI’ 16인치 제품의 출고가는 314만원이다. 같은 사양의 지난해 모델에 비해 50만원가량 인상됐다. 가전업계는 “메모리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갤북 · 그램 신제품 300만원 돌파
메모리플레이션은 메모리(memory)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정보기술(IT) 기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이런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서 PC, 스마트폰 등에 쓰는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진다는 점이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1월 1.35달러에서 12월 9.3달러로 상승했다. 1년 새 7배 가까이 뛴 것이다. 노트북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5~30%까지 높아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비슷해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D램뿐 아니라 칩셋, 스토리지 등의 시세도 전반적으로 올라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노트북값이 비싸진 것은 해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델은 기업용 노트북 가격을 사양에 따라 최대 30% 인상했고, 레노버·에이수스 등도 뒤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메모리 용량을 낮추기도 한다.
스마트폰 회사도 원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선보일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는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업체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 샤오미는 올해 출하량 목표치를 1억8000만 대에서 1억1000만 대로 낮췄다. AI 기능이 대거 적용되고 있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싸서 안 팔릴라”…웃지 못하는 기업들
범용 D램 부족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부품 가격의 전반적 급등은 소비자에게도 당혹스럽겠지만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옴디아는 올해 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9% 뒷걸음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윈도10 운영체제 종료와 맞물려 교체 수요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확 비싸진 신제품 가격이 구매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판매량도 2% 안팎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