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유권해석에 KT&G '집중투표 구분적용' 정관 재개정 추진

입력 2026-01-30 10:04
이 기사는 01월 30일 10: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T&G가 집중투표 방식의 사장 선임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정관이 개정 상법에 따른 법무부 유권해석으로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KT&G는 이사를 집중투표로 선임할 때 대표이사를 그 외 사내·사외이사와 구분해 따로 뽑는다는 정관 규정을 신설했으나 법무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KT&G는 개정 상법 취지 등을 고려해 다시 정관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상장회사협의회의 유권해석 요청에 회신하며 "집중투표 적용 대상 이사 종류를 구분해 적용할 수 있는 별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상장협이 집중투표를 사내이사·사외이사(독립이사) 등 이사 종류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는지 질의하자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법무부는 "선임할 이사의 종류를 불문하고 당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수만을 고려해 전체 후보자를 대상으로 집중투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의 이번 유권해석은 이미 집중투표제를 시행 중인 상장사 중 이사 구분 조건을 두고있는 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KT&G다. KT&G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의 방법에 의해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의 이사를 별개의 조로 구분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표이사 사장은 1명이기 때문에 '복수 후보에게 복수 표를 행사하는' 집중투표제 자체가 무력화된다. KT&G는 "집중투표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할 경우 득표순으로 선임돼 사장 후보에 대한 전체 주주의 찬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관 개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KT&G가 정관 변경에 나선 배경엔 2024년 정기주총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KT&G는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외부 공세에 시달렸다. 그해 KT&G는 정기주총에서 방 사장의 이사 선임 안을 상정했지만 1대주주 기업은행과 행동주의펀드 FCP 등은 방 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들 선임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기업은행 측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9년 만의 KT&G 수장 교체는 안건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를 분류하는 정관 조항 신설은 상장사들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수법이다. 코웨이와 오스코텍도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정관 개정을 시도했다가 주주들 반발에 부결되거나 안건이 폐기됐다. 현재 집중투표를 시행하고 있는 상장사 가운데 이사를 분류하는 규정을 정관으로 두고 있는 기업은 포스코홀딩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들은 내년 3월 정기주총부터 의무적으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KT&G도 이 시기 방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KT&G 이사회 입장에선 사장 선임에 대비해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셈이다. 이에 차기 주총에서 기업은행이나 FCP 등 주주들과 다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호실적과 세제 개편 수혜주로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은 이사회에 긍정적인 요소다. KT&G 관계자는 "개정 상법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해 현재 정관 개정 등의 필요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