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활용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더이상 AI를 테스트가 아닌 전사적인 적용 단계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기업은 AI가 기업 내부 데이터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상 고객과 매출 등의 기준 등이 정확하게 세워 AI가 일관성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AI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의 조셉 인제릴로 수석 부사장 겸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29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인제릴로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AI 도입 속도는 빨랐지만 이를 장기적인 연구 과제로 가져가도록 판단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봤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리스크가 없는 AI 성과를 기대함으로써 도입을 연기하고 있는 점이 AI 활용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날 AI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어딘가요.
“고객 서비스와 영업입니다. 두 영역 모두 반복적인 업무 비중이 높고 데이터가 비교적 정형화돼 있어, AI가 단기간 내 측정 가능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나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AI가 자사의 운영 모델에 어떻게 내재화돼 있는지에 더 집중합니다. AI를 개별 조직이나 팀 단위에서 사용하는 단일 도구로 인식하지 않고 △데이터 구조 △업무 프로세스 △의사결정 방식 전반을 재편하는 전사적 변화로 인식합니다. 특히 명확한 목표와 성과 측정 지표를 설정함으로써 AI가 실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지요. 강력한 지휘 감독 체계가 구축돼 있는지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AI 성능은 궁극적으로 데이터 품질에 달려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AI 도입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가 지닌 맥락과 신뢰성입니다. AI의 성과는 모델의 기술적 정교함보다, 데이터가 얼마나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게 연결돼 있는지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올해 AI를 둘러싼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도 ‘신뢰’입니다. ”
▶예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같은 ‘고객’ 데이터라 하더라도, 부서별로 정의가 다를 경우 AI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영업 부서는 견적을 한 번이라도 받은 사람을 고객으로 보고, 마케팅 부서는 뉴스레터에 가입한 사람을 고객으로 간주합니다. 고객지원 부서는 유료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만 고객으로 정의하는 식이죠. 이렇게 기준이 제각각이면 AI는 해당 인물이 실제로 중요한 고객인지, 이탈 위험이 있는지 등을 일관되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의 양이 충분하더라도, 정의와 기준이 통일되지 않으면 AI의 판단 정확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AI 에이전트는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전통적인 자동화 시스템은 사전에 정의된 규칙과 스크립트 기반의 업무 흐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정해진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명확한 목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방식을 스스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디지털 동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한 후에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기업용 AI 파일럿 프로젝트의 최대 95%가 측정 가능한 투자 대비 수익(ROI)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명확한 비즈니스 목표나 성과 지표 없이 AI를 부가 기능이나 실험적 시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AI 활용에 성공한 조직들은 AI를 명확한 책임 주체와 리더십 아래에서 지속해서 운영·관리돼야 하는 핵심 역량으로 바라봅니다.”
▶앞으로 기업들이 AI 투자에서 우선시할 분야는 무엇일까요.
“세일즈포스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기업 전반에서 AI의 전면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전체 AI 도입 수준은 전년 대비 2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CIO들의 주요 과제가 △데이터 격차 해소 △보안 강화 △파일럿 프로젝트 운영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단계가 상당 부분 마무리되며 AI를 전사 차원에서 본격 배포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에이전틱 AI에 예산을 배분하는 CIO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투자 거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AI 거품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만하지만, 더 중요한 신호는 실제 수요와 비즈니스 성과입니다.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약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수요가 커지고 있는 거죠. 이러한 환경에서 AI는 해당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빠르게 채택되고 있습니다.
세일즈포스에서는 AI 도입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에이전트 포스와 데이터 360을 중심으로 한 성장에 힘입어 지난 3분기 매출은 10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AI 활용 방식은 다른 지역의 동종 기업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됩니까.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볼 때, 한국 기업들의 AI 접근 방식은 속도와 실행 중심이라는 점에서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AI를 장기적인 연구 과제로 보기보다, 당면한 산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로 인식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초기 도입 이후 AI 운영을 체계화하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확장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요.
“한국은 AI 도입 수준과 관련 규제 체계 측면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로 리스크’ 접근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 역시 모든 고객 응대나 업무 상황에서 완벽할 수 없듯, AI 또한 초기부터 무결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완벽함을 전제로 AI 도입을 미룬다면, 실제 운영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완벽함보다는 동일한 업무에서 AI가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내는 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AI를 지속적으로 운영 개선 확장하는 구조를 구축하는게 필수적입니다.”
▶인간의 판단과 AI 기반 의사결정 사이의 적절한 경계를 찾는 게 숙제이기도 합니다.
“의사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위험이 낮고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AI에 위임할 수 있지만, 고객 경험이나 재무 성과, 규제 리스크가 수반되는 의사결정은 반드시 인간의 판단이 유지돼야 합니다. AI가 판단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필요 시 의사결정을 인간에게 넘기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