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 함영주…대법, 무죄취지로 파기

입력 2026-01-29 18:00
수정 2026-01-29 20:11

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연루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성차별 채용 관련 벌금형은 확정됐지만, 임원 결격 사유인 금고형은 면하면서 함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함 회장의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재판 상고심에서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최고경영자(CEO)의 직위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업무방해 혐의가 무죄 취지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사법리스크 털어낸 함영주…"주주환원 지속 확대"
금고형 면하면서 회장직 유지…'함영주 2기' 추진 동력 확보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8년간 이어진 채용 비리 논란의 법적 부담을 털어냈다.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함영주 2기’ 체제의 추진 동력이 본격적으로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 확대와 생산적 금융 전환, 주주환원 확대 등 핵심 과제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하나금융, 경영 불확실성 해소29일 대법원이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하나금융 내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함 회장은 은행장 재임 당시 공채 과정에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의 합격을 지시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무죄가 나왔다.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한 때 그 각각을 정범으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으로 볼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당시 인사팀은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받지 않았다”며 “함 회장에게 합격자 명단을 보고한 이후 합격자 수 변동이 없었다는 채용 담당 직원들의 진술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파기환송심이 남았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최종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서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의 경우 3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회장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금융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거나 금융관계법령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금융관계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나금융 측은 판결 직후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지속할 수 있는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더욱 증대하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하나금융 경영 시계 빨라진다법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하나금융의 경영 시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를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은행 기여도는 13%에 그친다. 현재 30~40%대를 기록 중인 KB·신한금융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을 비롯해 보험·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 확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춘 생산적 금융 확대 역시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향후 5년간 총 100조원을 투입하는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핀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함 회장이 직접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주환원 기조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2년 27%에서 지난해 48%로 증가하는 등 매년 오름세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30일 지난해 기준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4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조미현/장서우/장현주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