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 숙원' ACP 도입…"기업 컴플라이언스 실무 큰 변화"

입력 2026-01-29 17:39
수정 2026-01-29 18:53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을 제한하는 변호사 비밀 유지권(ACP) 도입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법조계에선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실무에 적잖은 변화가 초래될 거란 전망이 분석이 나왔다.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그룹 소속인 노민호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는 이날 “해당 규정의 적용 범위와 예외 사유, 증거 능력 판단 기준 등은 향후 판례를 통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업 법무 담당 부서에선 ACP 적용을 전제로 자료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점검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법률 자문 목적 문서와 일반 업무 자료를 명확히 구분하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외부 로펌과의 협업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등 자료 관리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P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변호사가 의뢰인과 주고받은 법률 상담 내용이나 이를 기반으로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 등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국내 최초로 법제화된 것이다. 수사 및 조사, 소송 등 대응을 위해 작성·보관한 서류(전자 자료 포함) 제출을 일절 거부할 수 있는 근거도 명시됐다.

다만 의뢰인이 공개에 동의한 경우 등 보호 필요성이 낮거나 범죄와 관련돼 있어 공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 의뢰인과의 수임료 분쟁 등에서 변호사의 권리 주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ACP가 인정되지 않는다.

기존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긴 하지만,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나 법원의 제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진 않고 있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판례나 법률 등으로 변호사의 상담 내용을 보호하고 있어 국내 법조 현실이 국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ACP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국민들이 사법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비밀 유출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롭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협은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있어 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중대한 행보로 기록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도 “ACP는 단순히 변호사의 직무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자신의 법적 문제를 위축되지 않고 변호인에게 개진하고, 적절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치주의의 근간”이라며 “법조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상응하는 제도적 기반을 명확히 해 법률 전문직 전체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CP에 따른 보호 대상 범위,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적용 범위, ACP 침해 시 증거 능력 배제 여부 등 세부 내용은 해석과 판단의 영역으로 남은 만큼 하위 법령 정비 등 후속 작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ACP가 국민 일상에 부작용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