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뒤늦게 대규모 금융권 부실을 초래한 무궁화신탁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29일 대책 회의를 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 간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조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일찌감치 관련 내용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사에 등장하는 사실관계와 인물, 금융사 및 사모펀드(PEF)가 많아 꼼꼼히 살피며 조사 대상을 선별하고 있다”며 “해당 작업이 끝나는 대로 대상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2024년 11월 금감원이 비위 사실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개선명령 당시 무궁화신탁 자구안 승인을 위해 수개월간 금감원은 SK증권과 무궁화신탁 사이의 문제를 심층 조사했다”며 “자구안 승인 여부는 물론 향후 매각에 영향을 줄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본격적인 조사는 미루고 무궁화신탁 매각에 집중했다. 크게 떨어진 SK증권의 영업용순자본(NCR) 비율을 문제 삼아 지난해 3월 산업은행 등이 SK증권 대주주 PEF J&W파트너스에 대한 인수금융 만기 연장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 대출 부실 관련 충당금을 쌓은 데 따른 결과로 SK증권의 경영권이 흔들리던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무궁화신탁 매각이 미뤄지면 SK증권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 내부 분위기였다”며 “무궁화신탁 매수희망자로 거론된 세 곳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등 매각 업무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무궁화신탁 매각을 위한 자구안을 심사하는 외부 위원회에도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당시 위원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 회장과 김신 SKS PE 부회장(전 SK증권 대표) 사이의 친분 등 중요 정보가 위원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며 “해당 사항을 알렸다면 자구안이 승인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이 2023년 금감원 금융감독자문위원을 맡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한 증권감독 전문가는 “SK증권의 내부 통제에 허점이 생겨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금감원에서 알고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