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매출 3배 확대"…SK "점유율 압도 자신"

입력 2026-01-29 17:40
수정 2026-01-30 01:1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본격 열리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진검승부’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29일 “다음달 엔비디아, AMD 등에 HBM4 정식 제품을 양산·출하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주도적 공급사 지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맞섰다. 엔비디아와의 오랜 협력 관계를 토대로 HBM 시장 수성에 나선 SK하이닉스와 한 세대 앞선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HBM4를 무대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본지 1월 26일자 A1, A3면 참조 ◇기술력 자신감 드러낸 삼성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확정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2% 증가한 9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5% 늘어난 2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16조4000억원)이 81.6%를 차지했다.

두 회사는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실적 설명회)에서 올 하반기 HBM 시장 간판이 될 HBM4 관련 개발 일정과 납품, 성능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4 품질 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고 동작 속도 11.7기가비트(Gb)의 최고 성능 제품을 재설계 없이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7세대 일반 HBM4E는 올해 중반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맞춤형 제품은 올 하반기 양산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이 이례적으로 차세대 HBM 양산 일정을 공개한 것을 “기술 경쟁력 회복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산 능력 강조한 SK하이닉스SK하이닉스는 “HBM4 역시 HBM3(4세대), HBM3E(5세대)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한다”며 맞섰다. ‘HBM4 재설계’ 논란에 대해선 “고객사와 협의를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일축했다. 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고객사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HBM4에 10나노미터(㎚·1㎚=1억분의 1m) 6세대(1c) D램과 4㎚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반 베이스다이 등 최신 기술·제품을 적용한 것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마케팅 담당(부사장)은 “HBM3E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10나노 5세대(1b) D램으로 HBM4를 양산할 것”이라며 “기존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1b 공정으로 고객사의 요구 성능을 구현했다는 건 매우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서버 D램 생산 확대올해도 HBM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JP모간에 따르면 HBM 시장은 지난해 356억5000만달러(약 51조원)에서 올해 635억2200만달러, 내년 965억3900만달러로 커진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 그 후 물량도 공급 협의를 조기에 확정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올해 HBM 매출은 지난해보다 세 배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생산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 대해서도 두 회사는 “제품을 생산하는 즉시 팔린다. 고객사가 ‘장기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 시대 투자 축이 데이터 연산 중심의 ‘학습’에서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추론’으로 옮겨가면서 메모리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김재준 부사장은 “AI 서버 관련 범용 제품의 가격 상승 폭을 고려하면 서버 D램 중심 운영이 필요하다”며 “(HBM 등) 특정 제품에 편중하지 않고 유연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올해 서버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는 전체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