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운동이라는 약

입력 2026-01-29 17:58
수정 2026-01-30 00:04
“운동은 좀 하세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대개 비슷하다. “매일 한 시간씩 걷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습니다.”

그때까지 운동은 그런 것이었다. 하면 좋은 거고, 안 해도 치료는 진행했다. 대화는 늘 “꾸준히 하세요”라는 말로 마무리되곤 했다. 권유는 있었지만, 관리되지 않았다. 즉, 운동은 약이 아니었다. 약이란 정해진 용량이 있고, 부작용을 관리하며, 효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이 바뀐 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였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마친 뒤, 일정 수준의 운동을 3년간 꾸준히 이어간 사람들에게서 재발률과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했는지, 근력 운동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걷기나 실내 자전거처럼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놀라운 건, 이 효과가 체중 감량과는 무관했다는 점이다. 꾸준히 반복되는 신체 활동 자체가 치료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연구를 읽고 난 후 나는 운동을 달리 보게 되었다. 이제 운동은 약을 처방하듯이 관리해야 하는 치료 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더 이상은 “알아서 하세요”로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진료의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 병원 안에서 시작되고 끝났던 암 치료가 이제 병원 밖 일상까지 이어졌다. 운동은 환자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었다. 운동도 항암제처럼 설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치료법이 되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단순히 “운동하세요”라고 말만 전한 경우보다 의료진이 함께 목표를 세우고 코치한 경우에 치료 효과가 훨씬 컸다. 빠르게 걷기를 주 3회 한 시간씩 하거나, 보통 속도로 매일 30분만 걷는 것으로도 충분히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의 종류가 아니라 일정한 강도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었다. 실천은 환자의 몫이지만, 그 시작은 의료진의 말 한마디일 수 있다.

진료실에서 나의 질문도 조금 바뀌었다. “운동 좀 하세요?” 대신 “지금 체력으로 가능한 운동이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지금까지는 환자에게 막연한 숙제였던 운동을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치료 설계의 영역으로 옮겨놓기 위한 질문이다. 또한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운동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동행의 메시지다.

치료는 병원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병원 밖,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치료는 다시 시작된다. 약이 질병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패라면 운동은 환자 스스로가 무너진 신체 균형을 바로잡는 가장 능동적인 치료제다. ‘운동이 약’이라는 말은 암 경험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새해를 맞아 다시 몸을 돌아보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