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홈플러스 일단 살리자" 87% 직원에 야유 보낸 노조

입력 2026-01-29 17:22
수정 2026-01-30 00:08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현 상황이 급박합니다.” “뭐라는 거야. 여긴 왜 왔어. 어용노조 나가라.”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긴급 좌담회’. 홈플러스의 회생 방안을 놓고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이 끝나갈 무렵 회의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종성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다.

홈플러스 마트산업노동조합원들은 이 위원장을 향해 “이 자리엔 왜 온 거냐” “제정신이냐”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도 “각자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 구제 방안을 두고 ‘노노(勞勞)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옛 삼성물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직원이 주축이고, 일반노조는 과거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 직원이 주축이다.

홈플러스는 6년 이내 41개 적자 점포를 폐점하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 3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대출받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일반노조의 입장은 명확하다. 월급마저 밀리는 상황에 처한 만큼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노조는 성명문에서 “홈플러스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조건부 동의에 찬성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마트노조는 “청산으로 가는 길”이라며 전면 거부하고 있다. 26일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을 임금 체불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회생계획안에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마트노조의 몽니가 이어진다면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홈플러스 채권단은 노조의 회생 계획 동의 없이는 긴급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현금 사정이 크게 악화해 거래처 납품률이 전년 대비 45%로 추락한 상황이다.

마트노조는 같은 처지인 회사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홈플러스 직원 중 87%는 일반노조와 홈플러스 직원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 소속이다. 마트노조 비율은 13%에 그친다. 소수 때문에 다수 직원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된다.

노사의 대타협으로 위기에 처했던 기업이 살아난 사례는 많다. 임금 20% 삭감과 무급휴직 등으로 1년8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마무리한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면 홈플러스도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