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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빅테크의 주가가 올해 들어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낸 기업에 덮어놓고 투자가 몰렸는데, 최근엔 천문학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확실한 수익성과 성장 경로가 있는지를 투자자들이 따지고 있다. 월가에선 28일(현지시간) 나란히 호실적을 내놓은 메타플랫폼스(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런 시장 분위기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
이날 장 마감 후 메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98억9000만달러(약 85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급증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585억9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주당순이익(EPS)도 8.88달러로 예상치(8.23달러)를 넘어섰다.
MS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7% 증가한 813억달러로, 월가가 예상한 802억달러를 넘어섰다. 영업이익(383억달러)과 EPS(4.14달러) 모두 개선세다.
하지만 두 기업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메타는 시간 외 매매에서 한때 주가가 11% 넘게 급등한 반면 MS는 6.14% 하락한 채 마무리했다. ◇더 쓰고, 덜 성장한 MS증권가에선 빅테크가 보여주는 성장의 ‘양’뿐 아니라 ‘질’도 평가 대상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들이 단행한 AI 관련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이 따지고 있다는 얘기다.
메타는 지출과 성장이 조화를 이룬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4분기 메타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571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그 절반에 가까운 221억달러의 자본 지출이 발생했다. 메타는 소규모 스타트업인 스케일AI를 143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광고 모델 고도화를 위한 AI 인재 영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지출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 분기 메타의 영업이익률과 1인당 평균 매출(ARPU) 등 핵심 수익성 지표는 모두 대폭 개선됐다. AI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광고모델 덕분에 광고 침투율이 지난해 6%에서 18%로 급증한 결과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적자 덩어리인 AI 하드웨어 사업 부문에 대해 “올해를 기점으로 손실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자신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MS는 핵심 사업부의 성장이 둔화하는 암초를 맞았다. MS는 지난해 4분기 자본지출 375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6% 많은 돈을 썼다. 시장이 예상한 362억달러를 웃돈 규모다. 그런데도 그동안 MS의 성장을 이끌어온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매출 증가율은 직전 분기 40%에서 39%로 뒷걸음질 쳤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본 지출 대비 애저의 성장률이 아쉬운 원인은 신규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연산능력 상당 부분을 코파일럿 등 내부 사업에 할애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가성비 나쁜 투자자’ 된 SaaS세계 2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MS도 실적 대비 아쉬운 평가를 받는 등 시장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입지는 약해지고 있다. 이들이 소프트웨어 성능을 개선하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동안 기존 고객들은 범용 AI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서비스나우 역시 이날 호실적과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음에도 시간 외 거래에서 3%대 조정을 받았다.
반면 메타가 속한 광고기술(애드테크) 분야는 AI 투자의 수익 전환이 효율적인 산업군으로 꼽힌다. 모바일 게임 광고 시장 1위인 앱러빈은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49.98% 급등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