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빠른 속도와 빡빡한 밀도를 상징해온 홍콩에서 홍콩섬 남쪽 해안의 해양 테마파크 ‘오션파크’는 도심의 지향점과는 대조적인 생태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평선 위 마천루와 화려한 야경으로 대변되는 홍콩의 도시 이미지 이면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은 대나무를 먹는 판다와 수조를 유영하는 해양 생물 등 생태 자원을 활용해 분주한 도심 내 휴식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오션파크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관광 경쟁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이곳의 판다 ‘잉잉’이 전 세계 최고령 초산 기록을 세우며 화제가 됐다. 관람객들은 판다의 생태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관람 환경에서 동물의 일상을 근거리에서 확인하며 도심과 전혀 다른 여가 활동을 즐긴다.
풍부한 자연 채광이 유입되는 사육장과 판다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넉넉한 정원, 암벽 등은 동물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물이다. 이곳에서는 판다뿐만 아니라 펭귄, 미어캣, 바다사자 등 다양한 종이 각기 다른 생태 구역을 형성하며 관람객들에게 해양과 육상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공원 내부의 ‘올드 홍콩’ 구역은 생태 콘텐츠에 역사적 가치를 더하는 핵심 공간이다. 1950~1970년대 홍콩 거리를 재현한 이 구역은 과거의 네온사인과 손때 묻은 간판, 낮은 천장의 상점들을 통해 도시의 근현대사를 시각화했다. 방문객들은 홍콩식 전통 간식과 차를 즐기며 거리를 걷는 행위에서 단순한 테마파크 관람을 넘어 도시의 과거 일상으로 진입하는 경험을 얻는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오션파크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2019년 개관한 ‘홍콩 오션파크 메리어트 호텔’은 당일 관람 위주였던 테마파크의 비즈니스 모델을 숙박과 결합한 체류형 모델로 전환하는 거점이 됐다.
오션파크는 홍콩을 설명하는 전통적 키워드인 ‘속도’와 ‘효율’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도시의 또 다른 이면을 대변하고 있다. 빌딩 숲의 수직선과 대비되는 판다의 느린 생태 리듬, 그리고 과거의 향수가 어우러진 이 공간은 홍콩 관광산업이 지향하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의 일상과 동물의 시간이 수평적으로 나란히 놓이는 이런 장면은 고도화된 도시홍콩이 새로이 구축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 풍경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