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모자 장혜진, 최우식이 5년 만에 박스오피스 '넘버원'이 되기 위해 돌아온다.
김태용 감독의 신작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사라지는 상황을 겪게 된 주인공 하민이, 그 숫자가 전부 사라지면 어머니의 생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야기의 모티브는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단편소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에서 비롯되었다. 영화는 익숙한 소재인 '엄마의 밥상'에 판타지적 설정을 덧입혀, 남은 시간의 소중함과 가족 간의 정서적 거리감에 대해 섬세하게 풀어낸다. 원작 도서는 영화화 발표와 함께 재출간되며 다시 한 번 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거인'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김태용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 최우식과 의기투합했다. 약 12년 만에 배우와 감독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한층 깊어진 호흡을 보여준다.
29일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김 감독은 "요즘 콘텐츠들이 점점 더 자극적으로 흘러가면서 생명이나 죽음을 쉽게 소비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느꼈다"며 "사람 한 명이 살아가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무게가 담겨 있는지, 그 본질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개인적인 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실제로 어머니와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은 채 지내다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 이야기를 접한 뒤 그 시간이 내 눈에 숫자로 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인'이 제 성장기의 기억이라면, '넘버원'은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담긴 또 다른 자전적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최우식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거듭 찬사를 보냈다. "'거인' 당시에도 '최우식 연기는 기적 같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 느낌은 여전하다"며 "사투리처럼 익숙하지 않은 요소까지 직접 공부하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열정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하민을 연기한 최우식은 오랜만에 스크린 주연으로 돌아왔다. 그는 "하민이라는 인물은 말하지 못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이라 접근하는 데 부담도 있었고 고민도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부산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사투리로 말장난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해야 했기에 고민이 컸다. 장혜진 선배님과 현장 선생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장 분위기가 매우 따뜻했다. 감독님과는 두 번째 작업인데, 예전보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며 "덕분에 현장에서 정말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고, 모니터링도 감독님이 먼저 피드백을 주셔서 큰 신뢰를 갖고 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혜진은 '넘버원'에서 하민의 엄마이자 삶에 대한 애증을 지닌 인물 '은실'로 등장한다. '기생충'에서의 모자 관계를 떠올리게 만드는 캐스팅이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밀도 있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는 "이전에는 많은 인물이 함께 나오는 씬이 많아서 우식 씨와 일대일로 감정을 주고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장면이 많아서 오히려 훨씬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을 하면서 우식 씨가 진짜 내 아들 같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외모나 분위기, 말투까지 우리 아들과 너무 닮아 있어서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된 걸 정말 잘했다고 느낀다. 우식 씨가 현장에서 보여준 감정 표현은 모니터를 보며 부러워할 정도로 깊고 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하민의 연인이자 삶의 중심을 함께 지탱해주는 '려은' 역은 공승연이 맡았다. 공승연은 "려은은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지만, 그 결점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라며 "사랑 앞에서 숨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감독님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이기도 해서 말투나 감정 표현을 많이 관찰하고 참고했다. '거인'에서 영재 캐릭터를 참고하기도 했는데, 관객들이 '려은'이라는 인물을 보며 잘 자랐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두 배우가 너무나 유명한 모자 관계를 맡았던 분들이라 그 사이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실제로 엄마, 오빠라고 부르며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장혜진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각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장혜진 선배님은 저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고, 부산 아미동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셨다. 사투리도 억양만이 아니라 그 안의 정서를 표현해야 하는데, 선배님이 그걸 완벽히 구현해주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우식은 "'넘버원'은 따뜻한 온기를 품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관객이 함께 감정을 나누고, 질문을 던지며 성장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혜진은 "설 연휴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보기 좋은 작품이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순간들이 곳곳에 있어, 마음이 포근해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관람을 권했다. 공승연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엄마, 가족,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는 영화다.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이니, 극장에서 직접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화 '넘버원'은 오는 2월 11일 극장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