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위협에 김정관 급거 방미…"투자 의지로 오해 풀겠다"

입력 2026-01-29 15:30
수정 2026-01-29 15: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전격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며 한·미 통상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사태 수습을 위해 28일(현지시간) 밤 워싱턴 DC에 도착, 다음날부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담판을 통해 ‘관세 위협’에 대한 진화에 나선다. "입법 지연 오해 크다"캐나다 출장 중 일정을 급히 변경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김 장관은 이날 델러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차분하고 충실한 설명으로 미국 측의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 국내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해 미국 측이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러트닉 장관과 사전에 연락해 이 같은 기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대미투자 특별법과 관련해 “미국과의 협력과 투자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관보 게재 등 관세 인상 준비에 돌입했단 보도에 대해선 “실무자로서는 당연한 절차일 것”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입법 지연을 넘어, 한미 정상회담 이후 팩트시트(Fact Sheet)에 명시된 비관세 장벽 전반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말고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도 한국의 '입법 지연'을 문제삼고 있어서다.

최근 불거진 ‘쿠팡 사태’가 한미 디지털 통상 갈등의 상징물로 부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어느 나라 정부든 소비자 권익을 위해 강하게 대응했을 사안”이라며 역지사지의 설명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 측 시각은 냉랭하다는 점이다. 허정 한국통상학회장은 “미국은 쿠팡을 자국 디지털 플랫폼의 대표 격으로 보고 있다”며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는 오해가 쿠팡 사례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석영 광장 고문 역시 “농업, 검역, 디지털 등 구체적인 비관세 조치들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진짜 뇌관”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안보 지렛대 총동원해야"
정부는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동시에 투입하는 ‘투트랙 총력전’을 가동한다. 여 본부장은 29일 오후 출국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디지털 서비스 및 농산물 검역 등 세부 통상 현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상무부 외에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원전 협력을 논의한다. 여기에서 대미투자 양해각서(MOU)에서 약속한 대미투자펀드의 1호 투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 재추진 가닥을 잡은 만큼, 이를 한미 경제 안보 동맹의 강력한 지렛대로 활용해 관세 압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수습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가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통상전문가는 “아직까지 우리가 팩트시트에서 미국에 약속한 비관세 장벽 관련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미 통상의 패러다임이 ‘얼마를 투자하느냐’는 양적 논의에서 ‘한국의 규제 환경을 미국의 표준에 맞추라’는 질적 논의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대미 투자를 당장 제시하기가 쉽지 않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율 문제와 더불어 정부의 의지와 민간 기업의 상업적 현실 간 괴리가 적지 않아서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프로젝트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지연될 수록 즉각적 집행을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증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납득할 만한 ‘입법 로드맵’과 대미 투자펀드에 대한 1호 프로젝트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지가 수습의 관건”이라고 했다.

김대훈/하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