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족쇄' 푼 함영주호…비은행 강화·생산적 금융 전환 가속

입력 2026-01-29 11:15
수정 2026-01-29 11:21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8년 만에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었다. 그룹의 숙원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포함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오전 10시15분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일부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 사실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함 회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함 회장이 지난 2015년과 2016년 하반기 신입직원 공개채용 당시 '남자 직원을 많이 뽑으라'는 취지로 지시해 사측이 최종합격자 비율을 남녀 4 대 1로 정해 공채를 진행토록 해 채용 시 남녀를 차별했다(남녀고용평등법 위반)는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형량은 서울서부지법 합의부가 심리하게 될 파기환송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경영 시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함영주 2기'가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가장 탄력을 받을 분야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다. 함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는 13%에 그친다. 반면 KB, 신한금융 등의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는 30~40%에 달한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 실행 속도도 높일 수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스테이블코인 시장 공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지방 금융지주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은 이날 대법원이 함영주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2심의 유죄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대해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겠다"면서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