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30일 13: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4년 전 6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투자자들에 약속한 기업공개(IPO) 기한 내 상장에 어려워지자 현금 상환 카드를 꺼냈다. 다만 핵심 쟁점인 '보장 수익률'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연 5%와 12%로 극명하게 갈리면서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예고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프리IPO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에 IPO 대신 현금 상환 조건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는 원금에 연 5% 이자를 붙인 금액으로 상환해주고, 2000억원 규모 보통주는 그보다 낮은 수익률을 붙여 상환해주겠다는 제안을 냈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FI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통보한 수준이라며 전원 반대의사를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투자 유치 당시 체결된 주주 간 계약(SHA)에 따라 올해 7월 21일까지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SHA엔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조건으로 상장 기한 6개월 전인 올해 1월 21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이를 어길 경우 보장 연수익률을 5%에서 12%까지 올리는 위약벌에도 합의했다.
당시 거래엔 프리미어파트너스·이음PE·큐캐피탈 컨소시엄과 유진PE, 브레인자산운용, 파인밸류자산운용,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각각 별도의 SPC를 통해 참여했다. FI들은 총 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CPS 6000억 원어치와 구주 2000억 원어치를 3대 1 비율로 섞어서 인수했다. 당시 CPS 발행가는 주당 9만원, 구주는 7만 4000원 수준이었다. 시장 가격보다 비싼 CPS를 인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주를 함께 인수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투자 단가를 맞추고, 기존 주주들의 물량 출회(오버행) 이슈를 해소하려는 복안이었다.
약속된 상장 시점이 다가오면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IPO 절차에 돌입했지만 작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중과실에 의한 회계기준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2022~2023년 미국 자회사 매출액을 과대계상한 회계처리가 문제가 됐다. 과징금 부과 기업은 예심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상당 기간 재청구도 어려워지지만 절차를 강행하면서 시장에선 '위약벌 조항' 면제를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초 재계 중복상장에 대한 당국 차원의 부정적 인식까지 겹치면서 결국 SK에코플랜트 측은 지난 21일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못했다.
SK에코플랜트는 FI들을 설득하기 위해 '패키지 딜'을 협상 카드로 꺼내 들었다. FI들이 콜옵션을 보장받은 CPS뿐만 아니라, IPO 외에는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보통주(구주)까지 SK 측에서 되사주겠다는 제안이다.
FI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양측 간 소송전으로 회수 기한이 길어지고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것보단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 대다수지만 회사가 제시한 5% 콜옵션 행사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펀드 투자자(LP) 선관주의에도 어긋나는 배임이란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SHA상 IPO 약속 시점인 오는 7월 21일까지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SHA 문구상 IPO 이행 과정에서 '고의 및 중과실' 사유 중 하나로 올해 1월 21일까지 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명시한 바 있다. FI 측은 이를 근거로 이번 IPO 무산이 명백한 위약벌 사유인 점을 주장할 반면 SK에코 측은 예기치 못한 외부 부정적 사유들로 IPO 절차가 미뤄진 점을 들어 위약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SK 입장에서는 7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이고, FI는 '계약 문구대로 이행하라'고 맞설 것"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가 향후 대기업 계열사 프리IPO 투자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