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이 어렵다고요? 과학 공부 출발선을 바꿔 드립니다[서평]

입력 2026-02-04 09:48
수정 2026-02-04 09:49


과학 소녀, 추리를 시작합니다
│한국경제신문│

최근 입시 동향을 살펴보면 이른바 ‘사탐런’이라 불리는 사회탐구 응시자 수 증가 추세가 눈에 띈다. 교차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과탐에 비해 공부 부담이 더 적은 사탐 과목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은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의·치·한의대 등 자연계열 최상위권을 목표로 하는 경우 작은 차이로 합격의 당락이 결정되어 과탐 가산점은 더욱 중요하다. 과학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목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즈는 ‘추리’를 매개로 과학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1권 <일상 속 위기 편>은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을 통해 화학·물리·생명과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어떻게 현실 문제 해결에 쓰이는지를 보여준다. 2권 <범죄의 흔적 편>은 그 범위를 한층 넓혀 법과학적 상황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단서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알려준다. 이 시리즈는 주입식으로 과학 지식을 전달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체득하게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과학을 사랑하는 고등학생 명설이다. 1권에서 명설은 식품 속 화학 반응부터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물질의 특성까지 언뜻 평범해 보이는 사건의 단서를 추적한다. 관찰 → 가설 → 검증 → 결론에 이르는 과학적 사고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핵심 과학 개념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과학 개념을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적용하는 법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습 효과가 남다르다. 2권에서는 법과학적 장면이 더해진다. 시신에서 발견된 곤충의 종류로 사망 시간을 추정하거나 지폐에 남은 지문을 화학 반응으로 시각화하는 과정 등이 그것이다. 특히 곤충의 성장 단계나 토양 속 구성 성분을 통해 범인의 이동 경로를 추론하는 장면은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 과정의 내용을 실제 문제에 활용하는 좋은 예다.

입시 현장에서 과탐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왜’가 빠진 채 단순 암기 중심으로만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특정 공식을 빠르게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다. 문제 상황에 주어진 정보를 해석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답을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평가 요소다. 이 과정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논리적 추론 능력, 사고의 폭과 깊이를 요구한다. ‘과학 소녀, 추리를 시작합니다’는 이런 의미에서 과탐 학습의 ‘출발선’을 유리하게 바꿔 줄 수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연스럽게 사건을 분석하고 원인을 추론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과학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학습 효과를 만든다.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학부모가 함께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많은 부모는 여전히 입시를 ‘점수’를 중심으로만 바라본다. 물론 성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성적 뒤에 숨겨진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응용력은 장기적으로 아이가 성공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과학을 어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어려운 과학 개념을 교과서처럼 나열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문제들을 과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나가면서 아이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간다.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학부모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진다.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물론 학원과 강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가 주도적으로 공부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이다. 아이는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즐거움으로 책을 펼치지만 이를 통해 과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과학은 단순 암기 과목이 아니다. 문제를 읽고 해석하고, 논리로 답을 도출하는 능력이다.

박정현 한경매거진앤북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