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이 이끈 하이닉스 매직…영업이익률 58% '역대급'

입력 2026-01-28 17:58
수정 2026-01-29 03:06
58.4%.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거둔 영업이익률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작년 4분기 54%)도 닿지 못한 ‘꿈의 숫자’다. SK하이닉스의 ‘매직’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전략 물자’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HBM 큰손’ 엔비디아의 제1 공급사가 되면서 2023년 이후 3년간 HBM 왕좌를 지키고 있다. ◇‘메모리 센트릭’ 수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32조8267억원, 영업이익 19조1696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58.4%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를 7년 만에 추월했다. TSMC는 최근 2~3년간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생산 공정과 최첨단 패키징을 앞세워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의 AI 가속기 생산을 전담했다. AI 가속기가 AI의 학습 성능을 좌우하면서 TSMC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반도체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TSMC를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률에서 제친 건 ‘메모리 센트릭’(메모리 중심 컴퓨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D램을 8~16개로 쌓아 데이터 용량과 대역폭(단위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을 끌어올린 HBM이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4세대 HBM(HBM3)부터 엔비디아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57%로, 2위 업체(24%)와의 격차가 33%포인트에 달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매출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범용 메모리도 선전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도 역대급 실적을 거들었다. 최근 AI산업의 무게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능력뿐 아니라 중간에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빠르게 꺼내 쓰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범용 D램의 지난해 4분기 평균 가격이 전분기 대비 50% 이상 뛴 이유다.

SK하이닉스는 10㎚ 5세대(1b) D램 기반으로 업계 최대 용량 ‘256GB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RDIMM’을 개발해 서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10나노 6세대(1c) DDR5 D램도 양산에 들어갔다.

낸드플래시는 321단 쿼드레벨셀(QLC)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공급을 늘렸다. e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대용량 저장장치로, 메모리업계 큰손인 엔비디아가 지난 5일 SSD를 대거 채용한 메모리 시스템을 공개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는 HBM4 경쟁 치열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 분기마다 30조~40조원, 연간으론 150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올해 D램, 낸드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돼서다.

관건은 HBM4 경쟁이 꼽힌다. 올 상반기까지는 SK하이닉스가 장악한 HBM3E 12단 제품이 메인이지만, 하반기부터는 HBM4 시장이 본격 열린다. 삼성전자는 동작 속도 초당 11.7기가비트(Gb) 제품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HBM4 품질 검증(퀄 테스트)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 다음달 완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엔비디아 HBM4 수요의 약 60%를 공급하기로 했고, 현재 제품을 양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D램에선 저전력 모듈인 소캠2(SOCAMM2)와 최신 그래픽D램(GDDR7) 등 서버용 메모리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낸드는 321단 본격 양산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낸드 전문 자회사 솔리다임의 QLC eSSD를 앞세워 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