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SNS를 통해 제안한 ‘설탕세’는 세계 120여 개국이 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 국가가 크게 늘었다. 과도한 설탕 섭취로 인한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세수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설탕 소비량이 많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는 ‘역진성’과 물가 상승 우려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가당음료세
2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기준 비만에 따른 직접비용(의료비용)이 4807억달러, 간접비용(만성질환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1조24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9.3%에 달했다.
한국도 비만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흡연 및 음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을 넘어섰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비용은 2006년 4조7654억원에서 2015년 9조150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설탕세라는 이름과 달리 대부분의 나라는 설탕에 직접 과세하기보다 당이 첨가된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가당음료세를 채택하고 있다. 조성은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모든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는 설탕에 과세하면 먹거리 전반의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당음료는 주식이 아닌 데다 과다한 당류 섭취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도 하루에 섭취하는 당류의 61.8%(36.4g)를 가공식품으로 채우고, 이 가운데 32.7%를 탄산음료 같은 음료류로 섭취한다.
설탕세 도입의 효과를 누린 나라로는 영국이 꼽힌다. 영국은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이 각각 27.4%, 16.9%까지 오르자 2017년 설탕세의 일종인 청량음료산업부담금을 도입했다. 가당음료에 첨가한 당의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당 함량이 100mL당 5~8g이면 L당 18펜스, 8g 이상엔 L당 24펜스를 부과하는 식이다. 가당음료 소비를 줄이는 방식보다 제조업체가 당 함유량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청량음료산업부담금 도입 이후 영국인이 청량음료로 섭취하는 설탕량이 평균 21%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3~21세 저소득층 청년의 설탕 소비 감소 효과가 40세 이상 성인에 비해 40% 이상 높았다.
프랑스는 2012년 가당음료 부피당 0.0716유로의 세금을 매기는 가당음료세를 도입해 연간 2억8000만유로의 세수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 청량음료 소비를 약 6.7% 줄여 아동·청소년의 비만과 과체중을 감소시켰다. ◇가격 전가해 물가 올릴 수도반면 기업이 세금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100mL당 11g의 당류가 포함된 코카콜라의 경우 제조사는 100L당 1만1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4000원 안팎의 1.8L짜리 코카콜라엔 198원이 부담금이 붙는데, 이와 비슷한 폭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음료 전체에 세금을 매긴 프랑스의 경우 코카콜라와 환타 등 청량음료 가격이 L당 3~6센트(약 5%) 올랐다.
업계는 그렇다고 ‘제로슈거’ 품목을 확 늘리기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제당업계에 따르면 알룰로스 등 인공 감미료는 일반 당류보다 제조 단가가 세 배가량 비싸다.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당시에도 기업들은 “특정 산업군에만 차별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조세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엥겔계수와 가당음료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소득 상위 계층의 비만율은 33.5%인 데 비해 하위 계층은 40.6%에 달했다.
정영효/김익환/이선아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