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모펀드 이유 불문 LP 75% 동의하면 GP 교체" 민주당 법안 발의

입력 2026-01-29 14:33
수정 2026-01-29 15:55
이 기사는 01월 29일 14: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투자자(LP) 75%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사모펀드 운용사(GP·집합투자업자)를 이유 불문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그동안 ‘GP의 독립적 운용 권한’으로 해석돼 온 자산 매각·운용사 교체 문제에 대해 투자자의 집합적 의사결정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사모펀드 운용 질서에 구조적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가의 발언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정치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최종 수정안은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와 투자신탁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자총회·주주총회·사원총회 등을 통해 집합투자업자 또는 신탁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절차와 요건을 법률에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서 의원을 포함해 총 12명의 의원이 대표·공동발의자로 법안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개정안은 국내 사모 부동산펀드 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크레딧펀드 대부분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산 유형과 무관하게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 전반에 적용되는 제도 정비라는 설명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자신탁의 경우 수익자총회에서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집합투자업자 또는 신탁업자 등 운용사를 변경할 수 있다. 투자회사와 투자유한회사·투자합자회사·투자유한책임회사, 투자합자조합, 투자익명조합 등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도 주주총회나 사원총회, 조합원총회에서 동일한 4분의 3 이상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운용사 교체가 가능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운용사는 해당 의결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개정은 현행 규정의 ‘해석상 공백’을 정리하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회사형 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업자 변경 절차는 주주총회 결의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투자신탁의 경우 집합투자업자 변경에 대해 수익자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에 대해서는 집합투자업자 또는 신탁업자 변경과 관련한 총회 결의 요건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해석상 논란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논란 지점을 조문으로 직접 보완해, 다수 투자자의 의사결정이 제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일상적인 운용 지시’의 범위도 명확히 했다. 투자자들이 운용사 변경 절차를 진행하거나 집합투자기구의 존속기간 변경, 주요 투자자산의 취득·매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는 ‘일상적인 운용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에 명시했다. 그동안 해당 조항이 자산 매각 연기나 운용사 교체 등 핵심 사안에서 투자자의 집합적 의사 표명을 제약하는 근거로 작용해 왔다는 점을 정면으로 손질한 것이다.

이번 입법 논의의 배경에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투자자와 운용사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펀드 만기 도래를 이유로 운용사가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운용사의 판단이 우선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 핵심 오피스 자산인 '센터필드'를 둘러싼 이지스자산운용과 투자자인 국민연금·신세계프라퍼티의 매각 갈등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자극한 사례로 거론된다.

아울러 이번 법안은 국회 차원의 공식적인 첫 문제 제기이자 입법을 통한 제도 정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 발의 이후 금융위원회에 의견 조회를 요청해 감독 당국의 해석과 시장 영향을 함께 점검하는 절차로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안팎에서는 ‘4분의 3’ 요건이 과반보다 엄격하고 만장일치보다는 현실적인 절충점이라는 점에서, 해외 사모펀드 계약 실무에서도 비교적 널리 활용되는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 논의는 복지위에 그치지 않고 정무위원회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정무위 소속 의원실도 유사한 취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공청회를 열어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 연기금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복지위가 연기금·수익자 보호 논리를 중심에 두고 접근한다면, 정무위는 금융시장 전반의 제도 정합성과 파급 효과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이 공동 토론회를 조만간 개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작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운용사에 대한 견제력이 강화되는 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가치 제고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전략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4분의 3 동의만으로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면 중장기 투자를 감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기금 관계자는 “출자자의 집합적 의사가 명확함에도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없었던 구조를 보완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