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가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는 소식에 기아 노조가 “우리와 합의되지 않은 해외공장 생산은 범죄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는 지난 28일 소식지 등을 통해 “EV3 물량의 해외 이전은 국내 고용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노조와 합의되지 않은 물량 이전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51조를 근거로 "사측은 단체협약을 휴지통에 처넣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조항은 해외 현지 공장에 관한 규정으로 '회사가 해외 현지 공장 신설이나 증설, 해외 공장 차종 투입 계획 전 조합에 설명회를 실시하고 이로 인한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의견 일치하여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4월부터 멕시코에 기술지원 인력을 파견한 것을 확인했다"며 "기술 지원 파견 역시 노사 협의 사항인데 우리화 협의 없이 기술을 빼돌려 고용불안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 동의 없는 해외 생산은 기아자동차 근간을 흔드는 고용 살인"이라며 "EV3 멕시코 생산 시도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기아 노조가 EV3의 멕시코 생산을 막아서는 건 ‘효자’ 모델을 놓칠 수 없어서다. 지난 2024년 7월 출시한 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는 전세계적으로 인기 차종 중 하나다. 유럽에서만 지난해 6만5202대가 팔렸다. 국내에서는 EV3가 지난해 2만1212대 팔리며 기아 전체 전기차 판매량 6만820대 중 40%를 차지할 정도다.
회사 측은 EV3 멕시코 생산은 특정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생산 전략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EV3는 북미·중남미 시장 대응을 위한 차종으로,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와 물류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이전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단체협약상 해외 공장 차종 투입 관련 ‘의견일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도 관심이 모아진다. 노조는 해당 조항을 동의·합의 절차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협의·의견청취 수준으로 해석하면서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외 공장 운영과 차종 배치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경영 판단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기존 법해석이었지만,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해당 사항이 쟁의행위 대상이 될수 있을 지를 두고도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 확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반복되면 완성차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