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사진)이 금융감독원에 대한 통제를 공공기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려면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대신 금융위가 자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금감원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28일 이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공공성과 투명성 관련 지적을 고려할 때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특사경 인지수사 등 권한 확대를 추진하고 나선 금감원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이 특사경 수사 범위를 금융회사 검사와 일반 기업 회계 감리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요구하자 금융위는 내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대응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29일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과 인력 등 운영에 재정경제부가 관여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금융이라는 특수성·전문성을 고려해 통제는 공공기관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강화하되 (통제 주체는) 금융위가 맡는 게 실효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특사경엔 인지수사권을 주되 수사 범위를 자본시장과 불법사금융에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금융위는 공권력 남용 우려 등으로 인지수사권 부여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 대응을 위해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민생침해범죄 중 불법사금융, 두 가지 영역을 넘어서 특사경을 두는 건 금감원 본연의 역할이나 일반 경찰의 기존 영역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가계부채 관리 더 조이겠다”현재 가동 중인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 TF는 오는 3월 말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선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 강화를 포함해 CEO 연임 관련 주주 통제 강화, 이사회 독립성 및 성과보수 운영 합리성 제고 등과 관련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추진에 대해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으로 가상자산거래소의 지위와 책임이 강해지기 때문에 지배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거래소에 특정 주주의 지배력이 집중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공 인프라적인 성격을 고려해 소유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작년보다 더 조이겠다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수립할 때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치를 부과할 것”이라며 “지난해 은행권 증가율이 1.8%인데 이것보다 (목표 증가율을) 더 낮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진 총량 목표만 따졌는데,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별도 관리 목표치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