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비싼 차를 많이 팔며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다만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발목이 잡히면서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25% 부과 발언으로 불확실성이 생겼지만, 올해부터는 관세가 독일, 일본과 같은 15%로 정해지면서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특히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 유럽에서 전기차, 인도에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주력하는 등 3대 자동차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비싼 차 많이 팔았다”
기아는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4조1409억원, 9조78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11조6000억원) 이후 3년 만에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8.0%로 가장 높았던 2024년(11.8%)보다 4%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이익을 가장 크게 끌어내린 것은 단연 미국 관세다.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85만2000대로, 전체 판매량(313만6000대)의 27%를 넘는다. 가장 큰 시장에서 기아는 수출 차량에 대한 관세 부과로 3조930억원의 이익을 포기해야 했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분위기는 나아지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조8425억원으로 3분기(1조4622억원)보다 26% 늘었다. 미리 수출한 재고 탓에 관세 인하 효과는 12월 한 달에 그쳤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사상 최대 매출을 낸 건 친환경차와 SUV 판매가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 판매 대수가 1년 전보다 1.5% 늘었는데 매출이 6.2% 뛴 것은 비싸고 실속 있는 차(전기차·하이브리드카·SUV)를 많이 팔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74만9000대로 전년보다 17.4% 증가했고, 하이브리드카는 45만4000대가 팔려 증가율이 23.7%에 달했다. ◇올해 판매·매출 목표 최대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6.8% 증가한 335만 대라고 밝혔다. 매출 목표(122조3000억원)도 7.2% 늘렸다. 영업이익은 미국 관세 인하와 신차 출시를 앞세워 작년보다 12.4% 증가한 10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 부과로 영업이익률은 작년(8.0%)보다 소폭 높은 8.3%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기아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미국 관세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3조3000억~3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아는 올해 미국(판매 목표 91만5000대)과 유럽(59만4000대), 인도(30만2000대) 등 3대 핵심 시장에서 신차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유럽은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량을 전년보다 11.1% 늘리고, 미국도 하이브리드카로 4.7% 성장하겠다”고 했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된 뒤 하이브리드카 인기가 치솟고 있는 미국에 1분기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한다. 유럽에선 이달 선보인 EV2를 필두로 EV3·4·5로 이어지는 대중화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하고, 인도에는 소형 SUV 셀토스를 내놓는다. 한편 기아는 올해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68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6500원)보다 4.6% 늘었다.
김보형/신정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