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8일 09: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반적으로 과징금이란 행정법규의 위반이나 행정법상의 의무 위반으로 경제상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에 해당 위반으로 인한 경제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하여 그 이익액에 따라 행정기관이 과하는 행정상 제재금을 말한다. 영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법위반행위자인 사업자의 영업을 정지함으로써 시민 등이 큰 불편을 겪거나 국민경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는 등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영업정지를 하는 대신 그 영업으로 인한 이익을 박탈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과징금 부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침익적 행정행위이므로 법률로써 부과·징수 주체, 부과 사유, 상한액, 가산금을 징수하려는 경우 그 사항, 과징금 또는 가산금 체납 시 강제징수를 하려는 경우 그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행정기본법 제28조).
공정거래법은 우리나라 법령상 최초로 과징금을 도입하였는데, 법위반행위자에 대한 금전적 제재수단으로서 각각의 위반행위별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기준액과 상한을 규정하는 한편,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과 횟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공정거래법 제102조 제1항).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부과액수를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과징금 부과의 재량행사에 있어서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는 입장인데, 특히 “위반행위의 정도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득 규모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지나치게 과중하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7두4919 판결 등).
일찍이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인 공정위로 하여금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위헌이 아닌지 논란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법관에게 과징금에 관한 결정권한을 부여한다든지, 과징금 부과절차에 있어 사법적 요소들을 강화한다든지 하면 법치주의적 자유보장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겠으나, 공정거래법에서 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과징금을 부과하여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내부거래를 비롯한 다양한 불공정 경제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등에 관한 사실수집과 평가는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결단에 입각한 것이라 할 것이고, 과징금의 부과 여부 및 그 액수의 결정권자인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그 구성에 있어 일정한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과징금 부과절차에서는 통지, 의견진술의 기회 부여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징금 부과 절차에 있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거나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1헌가25 결정).
한편, 공정위는 재량준칙으로서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과징금고시)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여부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 밖에 위반행위의 동기, 효과 및 시장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결정하되, 위반행위로 인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의 저해효과가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나 다수의 사업자 또는 소비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위반행위로 인하여 위반사업자가 현저한 규모의 부당이득을 얻었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얻게 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먼저 위반행위 유형별로 그 내용 및 정도에 따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중대한 위반행위”,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구분하여 일정한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후(산정기준),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에 의한 조정을 하고(1차 조정), 일정한 가중(보복조치) 또는 감경(조사협조 등)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각각의 가중비율의 합에서 각각의 감경비율의 합을 공제하여 산정된 비율을 1차 조정된 산정기준에 곱하여 산정된 금액을 1차 조정된 산정기준에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다음(2차 조정), 그와 같이 조정된 산정기준이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 또는 경제여건,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및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의결서에 명시하고 이를 조정하여 부과과징금을 결정한다. 이러한 부과 절차는 모두 앞서 말한 비례의 원칙 등 과징금 부과의 한계를 준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부과한 최종과징금이 법위반 억지효과를 갖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회 일각의 비판이 있어왔다. 이에 대응하여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의 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상향되어 왔고, 지난 2020. 12. 29. 전부개정을 통해서도 모든 금지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2배 상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령상 부과상한이 낮다는 비판이 있는 상황이고,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25. 12. 29. 불공정거래 기업에 대한 제재 및 부당이득 환수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과징금 제도를 대폭 개선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공정위는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법위반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과징금 수준을 끌어올림으로써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및 소비자 보호에 더욱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계획은 크게 ① 과징금 부과한도 상향 및 과징금 신규 도입 방안(법률 개정 사항), ② 반복 법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가중 방안(시행령 및 과징금 고시 개정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법률 개정 사항의 경우 2026년 상반기 중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될 수 있도록 하고, 시행령 및 과징금 고시 개정 사항의 경우 2026년 상반기 중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과징금 한도 상향 및 과징금 신규 도입 방안
-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형벌을 폐지하는 대신 유럽연합 등 해외 법제를 고려하여 과징금 상한을 현행 관련매출액의 6%에서 20%로 대폭 상향
- 경제력집중 억제 위반행위: 지주회사·대기업집단 시책 관련 규정 탈법행위,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규정 위반행위, 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규정 위반행위, 지주회사 설립 제한 규정 위반행위의 경우 형벌을 폐지하는 대신 법 위반금액의 20%를 한도로 하는 과징금을 신규 도입
- 부당한 공동행위: 고질적인 담합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 등 해외 법제 수준에 맞추어 과징금 한도를 현행 관련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
- 불공정거래행위: 시장획정이 어려운 디지털 분야 유력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과징금 한도를 현행 관련매출액의 4%에서 10%로 상향
- 표시광고법: 온라인상의 기만 광고 및 소비자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거짓·과장 광고를 엄중 제재하기 위해 과징금 한도를 현행 관련매출액의 2%에서 10%로 대폭 강화
- 전자상거래법: 과징금은 영업정지에 갈음하여서만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거짓·기만적 유인행위에 대해서는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한도도 표시광고법에 맞추어 설계할 계획
- 정액 과징금: 상한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법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부당지원행위의 정액과징금을 4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하고, 그 밖에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행위에 대한 정액 과징금 한도를 법위반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향
2. 반복 법위반 가중 강화
- 재발 방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반복 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가중 규정도 강화하는데, 현재 1회 반복 법위반 시 10% ~ 20% 수준으로 과징금을 가중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1회 반복만으로도 최대 50%,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되도록 할 계획임
공정거래 관련 법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상한 상향 등 제재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제제 강화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법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동일한 유형의 법위반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 관련 법령의 집행이 공정위에 의한 행정적 제재와 같은 공적 집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부당이득환수적 성격을 가지는 과징금의 경우 법위반행위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 감경요소로 삼도록 하는 등 합리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과징금의 침익적 성격에 비추어, 집행기관은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사업자의 법위반행위의 정도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득 규모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과중한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다 하겠다.
<i>*변호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