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군력 경쟁의 핵심은 더 이상 항공모함이나 대형 수상함이 아니다. 미래 해전에서 억제력의 실질적 축은 고성능 잠수함에 있다. 이 시장에서 그동안 기술 표준과 공급망을 쥔 기업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에서 한화오션과 경쟁하는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다. TKMS는 단순한 조선사가 아니라 잠수함·수상전투함·전투체계·수중센서·소프트웨어(SW)를 통합 제공하는 해군 전투 시스템 기업이다.독일의 해양 방산 챔피언 TKMS28일 방산 테크 업계에 따르면 TKMS의 기술 뿌리는 19세기 독일 잠수함 조선소 HDW다. HDW는 1800년대부터 독일 해군 잠수함을 만들어온 핵심 기업으로, 티센크루프는 2005년 1월5일 HDW를 합병하면서 해군 조선 부문을 통합해 TKMS를 출범시켰다. TKMS는 독일의 최북단 발트해 연안의 독일 해군 본거지인 킬을 중심으로 약 8500여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연 매출은 약 22억 유로, 수주 잔고는 180억 유로를 넘어 수년치 생산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TKMS의 대표적인 제품군은 세계 최다 수출 기록을 가진 Type 209, AIP를 탑재한 차세대 수출 주력형 Type 214, 독일·노르웨이 공동 개발의 차세대 스텔스 잠수함 Type 212CD, 싱가포르 해군용 고성능 전략형 Type 218SG 등이다. 이 제품들은 한국과 독일, 노르웨이, 이스라엘, 그리스, 터키, 싱가포르 등 다수 국가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TKMS가 다른 조선사에 비해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전투체계 통합 능력이다. TKMS는 자회사 아틀라스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소나(물 속 레이더), 수중드론, 어뢰, 전투관리시스템까지 자체 공급한다. 잠수함 한 척을 단순한 배가 아니라 ‘연결된 전투 시스템’으로 만든다. 해군력의 ‘눈과 귀, 신경망’을 함께 파는 글로벌 해양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TKMS 잠수함 'Type 212CD', 북극 시대 겨냥했다CPSP에서 TKMS가 제안한 기종은 Type 212CD다. 이 플랫폼은 기존 Type 212 계열을 대폭 확장한 최신형 재래식(비핵) 잠수함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북극권 작전 능력, 장기 잠항, NATO 연합운용성을 핵심 설계 목표로 삼고 있다. Type 212CD의 장점은 공기불요추진(AIP)과 디젤 추진을 결합한 저소음·장기 잠항 능력이다.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활용해 수주간 부상 없이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의 대잠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북극과 대서양을 오가는 캐나다 해군의 운용 개념에 부합한다.
선체는 극저온·빙해 환경을 고려해 강화됐고, 심해 기동성과 정숙성을 동시에 확보하도록 형상과 흡음 설계가 적용됐다. 전투체계는 NATO 표준을 전제로 설계돼 미·영·노르웨이 등 동맹국과의 데이터 링크, 무장 운용, 정비 체계가 호환된다. 533㎜ 어뢰관을 통해 중량급 어뢰와 각종 유도무기를 운용하며, 센서·지휘통제·전자전 체계는 최신 디지털 아키텍처로 통합돼 다영역 작전에 대응한다. 배수량은 약 2500~2800t급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항속·체공·무장 적재 여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Type 212CD를 "검증된 독일 잠수함 기술과 NATO 표준을 결합한 국제 공동 플랫폼"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유럽 동맹국과의 공동 개발·운용 틀을 갖춘 만큼, 캐나다 입장에선 전력화 이후 연합작전과 부품·정비 네트워크를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한화오션 잠수함이 갖는 경쟁적 강점CPSP에서 경쟁하는 한화오션의 KSS-III Batch-II(장영실급)와 독일 TKMS Type 212CD는 서로 다른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AIP을 탑재한 현대적 디젤 잠수함이지만 설계 규모·작전 목적·무장 체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KSS-III의 강점은 대형 플랫폼과 다목적 성능이다. 수상 약 3600t, 수중 약 4000t 규모로 설계된 KSS-III는 Type 212CD(수중 약 2800t)보다 크다. 장거리 항해와 다중 임무 탑재 여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작전 지속력, 탑재 연료·식량, 센서 및 통신 장비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장 능력에서도 KSS-III는 수직발사체계(VLS)를 탑재했다. KSS-III Batch-II는 10셀 규모의 VLS를 갖춰 현무 계열 순항미사일 등 장거리 타격 무기 운용 능력을 확보했다. 정찰·요격 임무를 넘어 전략적 공격 능력까지 포함하는 다목적 전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다. 반면 Type 212CD는 기본적으로 VLS를 포함하지 않는 설계로 알려져 있어 무장 확장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쉽게 말하면 KSS-III는 배 안에 '미사일 전용 발사관'을 따로 갖춘 잠수함이다. KSS-III에는 발사관이 10개나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여러 발 실을 수 있다. 단순히 몰래 지켜보는 잠수함이 아니라 필요하면 먼 곳의 적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공격형 잠수함이라는 얘기다. 반면 독일의 Type 212CD 잠수함은 이런 전용 미사일 발사관이 없는 구조로 알려져 있어 실을 수 있는 무기의 종류와 수에 한계가 있다. 공격 범위와 힘에서는 KSS-III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추진 및 에너지 저장 체계에서도 KSS-III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AIP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체계를 적용해 수중 체류 능력과 기동성의 균형을 잡았다. 이 조합은 수중에서 약 20일 이상 잠항하고 작전 지속력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Type 212CD 역시 고급 연료전지 기반 AIP를 통해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지만 전체 체류 시간과 배수량 대비 작전 여력에서는 한화오션에 밀린다는 평가다.
KSS-III는 대형 플랫폼에 기반한 확장성·다목적성·전략 타격 능력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다. 이는 광범위한 해역에서의 장기사용, 다양한 유형의 무장 운용, 장거리 항해 능력 등을 요구하는 국가 전략과 맞물린다. Type 212CD는 상대적으로 소형이지만 탁월한 스텔스 성능과 NATO 연합 운용성에 중점을 둔 설계로, 은밀 탐색과 북극해 등 특수 환경 운용에서 강점을 갖는다. 두 플랫폼은 설계 철학과 전력 운용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 요구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TKMS를 제치려면…CPSP은 단일 무기 구매를 넘어 국가 전략·산업·동맹 정책이 동시에 평가되는 복합 프로젝트다. 한국이 최종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 우위나 가격 경쟁을 넘어 사업 구조와 국가 협력 체계 전반을 설계·제안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테크 업계에선 '전력화 능력'과 '납기 일정 신뢰성'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캐나다 정부는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퇴역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신속한 전력 전환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현지 산업 협력도 개념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전략을 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TKMS는 현지 생산·공동 운영 패키지를 앞세워 캐나다 일자리와 산업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도 캐나다 현지 기업과의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 추진과 잠수함 건조·부품 공급·정비·훈련 등 수명주기 공급망을 함께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기술이전 계획을 명확히 하는 것은 단순 수주를 넘어 경제적 파급 효과를 캐나다 정부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동맹 및 전략적 연계 측면에서도 충분히 캐나다에 설명해야 한다. 캐나다는 NATO 회원국으로서 동맹 호환성·공동 작전 능력을 프로젝트의 핵심 평가 요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TKMS는 NATO 내 폭넓은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 훈련·정비 호환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이를 한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캐나다 양국 간 전술·운용 연계 체계 개발, 시뮬레이션·훈련·데이터 표준화 같은 동맹 운용 프레임워크 제안을 통해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력 운용의 실효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방산테크 관계자는 "KSS-III는 배수량·작전 범위·다목적 무장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북극·대서양 환경에서의 장기간 잠수·정찰 임무 완수 능력을 데이터로 입증·공개할 경우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