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대주주 따로 있는데…김신 '1인 체제' 가능했던 까닭

입력 2026-01-27 18:02
수정 2026-01-28 01:00
▶마켓인사이트 1월 27일 오후 5시 21분

2018년 SK증권 경영권이 J&W파트너스 사모펀드(PEF)로 넘어갔을 때 시장에선 일종의 경영자인수(MBO·management buyout)로 해석했다. MBO란 회사 경영진이 외부 자금과 함께 자신이 일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거래 형태를 의미한다. 김신 당시 SK증권 대표(현 SKS PE 부회장)는 주요 임원 10명과 함께 인수 자금을 태웠다. 임원들은 J&W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해 3억~6억원씩 투자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J&W 펀드에 LP로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PEF가 SK증권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했다. 투자금은 17억원이었다. 펀드 출자자로 참여하면 경영에 간섭을 못하기 때문에 김 부회장만 PEF와 동등한 위치에서 자금을 댄 것으로 보인다. 17억원으로 자기자본 6000억원에 달하는 SK증권의 오너 행세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18년 J&W가 SK증권 경영권을 인수할 때 J&W가 조성한 펀드가 아니라 SPC에 직접 자금을 출자했다. 김 부회장은 17억원을 투입해 SPC의 지분 3.15%를 확보했다. PEF는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김 부회장이 펀드에 출자하는 대신 SPC 지분을 확보한 건 SK증권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펀드에 LP로 참여하면 자본시장법상 펀드 운용사(GP)인 J&W가 주도하는 SK증권 경영에 관여할 수 없지만 SPC 주주가 되면 J&W와 동등한 위치에서 SK증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GP가 SPC 지분을 내주는 일은 흔치 않다. 김 부회장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댄 기관투자가도 SPC가 아니라 펀드에 지분을 출자했다. 김 부회장만 펀드가 아니라 SPC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SK증권 인수를 김 부회장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장욱제 J&W 대표는 김 부회장과 미래에셋증권에서 같이 일한 인연이 있는 후배다.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J&W를 사실상 인수자금을 모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SK증권의 실질적 오너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의 실질적 오너이자 대표로서 김 부회장은 공시 기준으로만 2014년부터 지금까지 SK증권에서 12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로 81억원, 상여로 39억원을 수령했다. J&W와 손잡고 SK증권을 인수한 2019년 이후 평균 연봉은 16억원에 달했다. 김 부회장은 2024년 SKS프라이빗에쿼티(PE)로 자리를 옮겨서도 증권사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SK증권 주식을 대거 살 수 있는 스톡옵션도 받았다. 2019년 1900만 주, 2020년 2800만 주로 총 4700만 주 규모다. 전환가격은 800~900원이다.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SK증권 지분 약 9%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 부회장이 SK증권의 ‘진짜’ 오너가 되기 위한 장기 계획으로 자신을 비롯해 SK증권 경영진에 스톡옵션을 지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회장은 대표로는 2014년부터, 실질적 오너이자 대표로는 2018년부터 SK증권을 이끌었지만 그동안 SK증권의 실적은 별다르게 개선되지 않았다. 2018년 13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작년 833억원 순손실을 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증권 주가도 인수 이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SK증권 주가는 2017년 1800원대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해 4월엔 4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68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