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달러 등 해외 통화를 더욱 유연하게 살 수 있게 됐다.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외화 선(先)조달’ 규모가 월 60억달러로 두 배 커졌고, 분기 한도 기준은 폐지됐다. 국민연금의 환전 수요가 분산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27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시 필요한 달러를 미리 확보하는 외화 선조달 한도가 월 기준 3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상향됐다. 분기 기준 60억달러 한도는 없앴다. 기준 변경은 지난해 말부터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달러 등 해외 통화를 환전할 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자율성을 확대한 조치로 해석됐다. 외환시장에선 국민연금이 미리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외화 매입 규모가 늘어나자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화 선조달 규모는 2022년 월 10억달러 수준으로 처음 도입된 후 2024년 30억달러로 한 차례 늘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해외자산 규모는 2022년 말 426조4000억원에서 2025년 10월 말 827조5000억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정부 관계자는 “연금 같은 대형 투자자의 환전 수요가 단기간에 몰리면 외환시장 수급 쏠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인 재정경제부는 당초 국민연금의 선조달 규모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환차익을 겨냥한 거래에 나설 가능성 등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가 동시에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등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번 조치로 거래 비용을 낮춰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가 쌀 때 미리 환전할 수 있는 재량권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해 투자 자금을 조달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환전할 수요가 줄어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외화채를 발행하면 비용 부담이 크다”며 “관련 입법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백진주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외화채 발행 시점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