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이 영국 청년층 고용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제 인력 채용 회사 랜드스태드 조사에 따르면, 영국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이 향후 5년 안에 AI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은 Z세대 젊은 근로자층에서 가장 두드러진 반면,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는 상대적으로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고용 지표에서도 AI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26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은 AI 도입 이후 지난 12개월간 순고용이 8% 감소했다. 이는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국제 평균(4%)의 두 배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소비재·소매, 부동산, 운송, 의료기기, 자동차 등 5개 산업에서 최소 1년 이상 AI를 활용해 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AI 도입으로 영국 기업들의 생산성은 평균 11.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같은 수준의 생산성을 기록한 미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감원 규모가 신규 채용을 앞질렀다. AI 확산 충격이 영국 노동시장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고용 환경 전반도 위축되고 있다. 가디언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주 국민보험료 부담 증가가 맞물리면서 고용이 줄어들었고, 실업률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청년층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1월까지 3개월간 청년 실업률은 13.7%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AI가 초급 화이트칼라 직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동시에, 노동당 정부의 세금 정책이 소매·접객업 채용을 위축시키면서 청년 고용을 이중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가 영국 통계청(ONS) 자료를 분석한 결과, AI의 영향을 받기 쉬운 직종일수록 채용 공고 감소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2022년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자, 컨설턴트 등의 채용 공고는 37% 감소해 다른 직종 평균 감소율(26%)보다 11%P 더 컸다.
모건스탠리 조사에서 영국 고용주들은 향후 경력 2~5년 수준의 초급 일자리를 가장 먼저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회 초년생인 Z세대에게 AI 압박이 가장 먼저 전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최근 “AI가 런던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없대고 대규모 실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역시 “영국은 AI 주도의 일자리 대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