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SNS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하고 귀국한 지 단 하루 만에 터져 나온 돌발 악재다. 이번 관세 협박은 지난해 10월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 내용을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외교적 관례를 저버린 처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의 표면적 이유로 “한국 입법부가 무역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고 치밀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여부 판결을 앞두고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못’을 박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11월 중간선거에 대비해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 특유의 압박 전술이다. 우리의 가장 약한 고리를 노려 실속을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더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번 관세 위협의 배경이 단순히 입법 지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여당이 강행 처리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미국 빅테크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해왔다. 쿠팡 수사와 청문회 역시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로 비치며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에게 “(쿠팡 문제를)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하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한·미 합의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도 정작 국회 입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사태를 이른 시일 내 수습할 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국회 또한 정쟁을 멈추고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등 후속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쿠팡 문제 등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신속히 처리해 대미 통상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